“예술과 사업은 서로 동떨어진 영역이 아니에요. 예술가는 시대를 앞서나간 표현을 하는 ‘전위부대(아방가르드)’이며, 사업가는 시대를 앞서 나간 도전에 실질적인 가치를 불어넣어 비지니스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왜 사업가가 문학, 음악, 파인아트같은 예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이경전 벤플 대표의 대답이다.
이경전 대표는 그 예로 어느날 비행기 뒷좌석에서 제공되는 개인 영상서비스(VOD)시스템을 보면서 1980년대 백남준 작가가 선보인 ‘비디오아트’를 보는 듯 한 느낌을 받은 경험을 들었다. 오래 전 관람객은 여러 개의 TV화면에서 제각각 보여지는 영상을 통해 미래 미디어산업의 발전상을 본 셈이다.
실제로 예술과 경영에 대한 이 대표의 관심은 어느 쪽이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그의 삶에 깊이 관련을 맺고 있다. 이 대표가 2010년 창업한 벤플은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O2O(Online to Offline)’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벤플G’ 서비스를 통해 낯선 예술문화 이벤트나 공간을 추천받을 수도 있고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그는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이자 KAIST를 졸업해 동대학원 석·박사를 마친 학자로서 오랫동안 비즈니스모델 연구에 천착해왔다.
이 대표는 애독하는 책으로 경영서나 기술서 대신 밀란 쿤데라 전집을 꼽았다. 그 중에서도 추천 책은 ‘배신당한 유언들’이다. 자신이 죽은 뒤 저작물을 폐기처분하길 바랬던 프란츠 카프카의 예술작품이 어떻게 해석되는지 다룬 이 책은 밀란 쿤데라의 예술 비평을 모은 에세이집으로 다른 책에 비해 읽기 쉬운 편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업이 예술과 세상을 연결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비롯해 전시, 영화, 음악, 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기는 그에게 자연스럽다. 실제 벤플이 입주해있는 건물에는 갤러리와 사무실이 공존한다. 벤플은 ‘여니갤러리’에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설치하고 미술관을 O2O 체험공간으로 활용한다.
이 대표는 현재 올윈웨어라는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올윈웨어는 ‘역경매’ 방식을 도입해 낙찰자중 가장 낮은 입찰가를 제안한 소비자의 입찰가격으로 낙찰자 모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업과 물류업이 정보와 상품 중개, 유통이라는 차원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사업이라고 바라봤다. 벤플과 올윈웨어도 서로 이질적 사업처럼 보여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서비스를 이어주는 것으로 보면 마냥 다른 것만은 아니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새로운 산업이나 문제해결방법이 늘 기술이나 과학 연구개발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인간적인, 더욱 더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마치 무성한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가는 이 대표의 생각이나 사업도 그 뿌리에는 결국 ‘인간적인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있을 것이다. 궁극의 사업이나 예술 모두 인간의 창조력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