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운용체계(OS)를 앞세운 애플과 구글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시스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인포테인먼트 SW개발을 포기하고 정보통신기술(ICT)에 시장 주도권을 내줄 것이란 예상이다. 두뇌는 빼앗기고 껍데기만 제조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완성차 업체 위기감이 높다.
1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대자동차가 독자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을 접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 최초로 구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안드로이드 오토’를 기본 장착한 쏘나타를 미국시장에 출시했다. 사실상 ICT기업에 두뇌를 내주고 백기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너럴모터스(GM)와 혼다자동차도 최근 신차 옵션에 애플 ‘카플레이’를 추가했다. 양사는 고객 평가가 좋다고 말한다. 향후 출시 모델에는 안드로이드 오토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WSJ는 구글과 애플 제품을 채택하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늘 것으로 예상했다. 차량 구입 고객은 안드로이드오토나 카플레이를 기본 설치한 자동차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출고 후 시장(애프터마켓)에서 에어플레이와 안드로이드오토가 깔린 시스템을 구입해 장착하는 사례도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오토가 최근 설치되기 시작했지만 2022년에는 출고차량 80%가 기본 탑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토트레이더닷컴 조사에서도 응답자 44%가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장착한 차량이라면 1499달러 정도는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자동차 업체는 그동안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채택을 피하고 독자 시스템을 선호했다. 인포테인먼트가 고객 차량 선택 기준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정보와 소프트웨어 판매로 매출확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 장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소비자 불만이 높아 자동차 업체 우려가 크다. 자동차 평가업체인 JD파워 조사결과 소비자는 기본 장착 인포테인먼트에 가장 큰 불만을 드러냈다. 음성인식과 블루투스 패어링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판매량 세계 1위 도요타를 비롯한 일부 자동차 업체는 여전히 애플이나 구글 시스템에 회의적이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카플레이가 세계 시장에 모두 맞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 모든 운전자가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작동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안드로이드 OS가 안드로이드 오토와 호환되지 않는다. 미국이나 유럽만큼 아이폰 보급률이 높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휴대폰이 불통 되거나 사용이 어려워지는 지역에서도 앱 작동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운전자와 중요 운전 데이터를 애플이나 구글에 노출시킬 가능성도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