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년 만에 PC 독립사업팀을 만들었다. 사양산업이라 여긴 PC가 여전히 IT 주력제품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쑤저우 PC 생산공장 가동률도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외 PC 부품 협력업계는 삼성전자가 PC사업 부흥에 나서자 내년 사업목표를 상향조정하며 기대를 나타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IT&모바일(IM) 부문에 흩어졌던 PC 개발, 디자인, 마케팅 인력을 모아 무선사업부 내 ‘PC사업팀’을 신설했다. 최영규 무선사업부 전무가 PC사업팀장을 맡는다. 최 전무는 과거 IT솔루션사업부 시절 PC개발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시리즈9 등 히트 제품을 개발했다.
인텔, AMD, 엔비디아 등 삼성전자에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을 공급하는 해외 부품 업계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10월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았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메모리사업부, 삼성디스플레이(디스플레이), 삼성전기(기판), 삼성SDI(배터리) 같은 그룹 내 부품 계열사도 조직 개편에 주목한다.
신설 PC사업팀은 연말까지 추가 인력을 구성한다.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제품군을 재정비한다. 간판 제품이 될 프리미엄 PC도 새롭게 개발한다. 제품군 정비가 끝난 후 내후년부터 출하량 확대 전략을 펼친다. 다만 태블릿 사업을 누가 가져갈지는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윈도 운용체계(OS) 기반 제품은 PC사업팀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한때 존폐 기로에 섰던 삼성전자 PC 사업은 2009~2012년 초고속 성장했다. 2010년 처음 1000만대 출하량 고지를 넘으면서 처음으로 업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11년 1430만대를 출하했다. HP와 델 같은 전통적 PC 시장 강자들이 한 자릿수 초반대 낮은 성장을 이루거나 역성장할 때 삼성전자는 애플, 레노버와 함께 매년 20~30%씩 출하량을 늘렸다. 삼성전자는 2015년 글로벌 톱3 PC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2012년 말 조직개편에서 IT솔루션사업부가 사라지고 PC 사업이 IM 부문 내 무선사업부로 흡수 통합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3년 1250만대로 출하량이 떨어지더니 2014년에는 600만대 수준으로 사업 규모가 축소됐다. 올해 출하량은 300만~400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PC 출하량이 줄면서 중국 쑤저우 생산 공장 가동률도 떨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스마트폰 사업 중심인 무선사업부가 수익중심 경영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익률이 박한 PC보다 태블릿을 더 판매하는 데 집중했다. PC 개발, 디자인 인력도 무선사업부 곳곳으로 흩어져 신규 디자인을 발굴하지 못했다. 현재 삼성전자 노트북은 2011~2012년 디자인을 그대로 따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규 사업팀이 신설됨으로써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사업팀 책임경영으로 출하량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해외 부품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다시 PC 사업에 힘을 쏟으면 한국 법인 매출이 확대될 것”이라며 “본사도 이 같은 움직임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