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R&D 신규예산 전액 삭감…중 `반도체 굴기`에 잡힐 판

내년 반도체·디스플레이 국가 연구개발(R&D) 신규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중국 기업이 정부 지원을 업고 글로벌 인수합병(M&A)까지 속도를 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반도체·디스플레이 굴기’가 무섭다.

1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확정한 2016년도 정부 예산에 따르면 ‘전자정보디바이스 산업원천기술개발 사업’ 예산은 540억원으로 최종 삭감됐다. 업계는 예산 증액을 기대했지만 국회 위원회 간 합의로 증액한 86억원마저 예결위가 삭감했다.

2012년 이 분야 R&D 예산은 1326억원, 2013년 1256억원에 달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2014년 1073억원, 2015년 952억원으로 줄었다. 2016년 예산은 549억원으로 토막났다. 전체 예산 중 반도체는 2015년 561억원에서 2016년 356억원으로, 디스플레이는 195억원에서 93억원으로 줄었다. LED·광 분야는 177억원에서 90억원으로 감소했다.

전자정보디바이스 사업은 2009년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LED 분야 국가 핵심기술 개발 계속사업으로 추진돼왔다. 2013년 정부 조직개편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연구개발은 산업부에 남고 정보화진흥기금이 미래부로 이관되면서 예산 확보 관련 혼선이 발생했다.

올해 초부터 정진기금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사업 예산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정부 조직개편 후 정진기금 사용을 놓고 논란이 됐는데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지원을 줄여나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R&D 예산 축소는 국회에서 한 차례 논란이 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내년 정보통신진흥기금 예산안 재검토를 공식 제안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그 결과 삭감된 기존사업 86억원을 추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국회 예결위는 합의 내용을 받아 들이지 않아 최종 549억원에 그치게 됐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학연은 대학 연구 인력 감소를 우려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을 여전히 개별 대기업에 의존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인력부족을 호소하지만 장기적으로 인력 양성을 지원해야 할 정부가 이를 외면한 것이라고 성토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LED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우리 정부는 기술개발과 인력 양성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정부 무관심은 중국 맹추격에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한국보다 먼저 10.5세대 LCD 투자를 시작했다. 정부 지원을 얻은 반도체 기업이 페어차일드 등 미국 대표 반도체 업체를 인수 중이다.

<전자정보디바이스 산업원천기술개발 사업 예산 추이(단위: 억원)>


전자정보디바이스 산업원천기술개발 사업 예산 추이(단위: 억원)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