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기가인터넷과 사물인터넷, 인터넷은행을 새해 주력사업으로 꼽았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대해서는 ‘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이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18일 임헌문 KT Mass총괄 사장은 송년회를 열고 기자들과 만나 “올해 통신 130주년을 맞아 KT는 ‘국민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았다”며 “새해 통신시장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는 만큼 공격적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새해 주력할 사업부문으로 기가인터넷·사물인터넷(IoT)·인터넷은행을 지목했다. 케이블TV업계와 상생방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100만 가입자 돌파(97만)를 눈앞에 둔 기가인터넷 사업을 확대해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가칭)’는 1월 법인을 설립하고 빅데이터 등 혁신적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임헌문 사장은 “신설한 Mass총괄은 영업과 마케팅 조직을 통합하는 자리”라며 “두 조직 장점을 결합해 현장이 요구하는 IoT 등 상품을 대거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현모 경영지원 총괄 부사장은 “케이블TV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케이블TV가 가진 공공적 가치를 살리기 위해 상생방안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송년회 대부분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 위험성을 지적하는 데 할애했다. ‘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인다(자기기인·自欺欺人)’는 말로 요약했다. 임 사장은 “인가신청서에서 5년 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5년 예상 투자액수보다 적다”며 “통신·방송은 전형적 내수산업이어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고 자기기인 의미를 설명했다.
황창규호 첫 사장 자리에 오른 임 사장은 이달 초 조직개편으로 자리를 바꾼 신임 임원 10여명과 함께 송년회에 참석하며 합병 저지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KT 행사에서 한꺼번에 이처럼 많은 임원이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임 사장은 “남이 애써 일군 사업을 파괴하는 것이 진정 판을 바꾸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융합 시장 선점이 독점으로 변해 요금인상, 통신산업 위축 등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KT는 통신과 방송 M&A가 글로벌 대세라는 경쟁사 주장에 대해 ‘대체재’와 ‘보완재’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체재는 사이다·콜라처럼 경쟁 관계인 재화이고, 보완재는 실·바늘처럼 돕는 관계인 재화다.
해외에서도 대체재일 때는 경쟁사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M&A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KT는 이동통신 1위가 케이블 1위사업자를 합병한다는 점, 알뜰폰 1위사업자를 인수한다는 점, 지역 케이블 시장점유율이 60~70%까지 높아지는 점, 결합상품으로 이동통신·유료방송 가입자를 끌어들이는 점 등을 위험요소로 지목했다. 맹수호 CR부문장(부사장)은 “AT&T와 디렉TV 합병이 승인된 것은 보완재 관계였기 때문”이라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대체재 관계여서 경쟁제한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사장은 “M&A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고 복잡해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독과점으로 어떤 소비자 폐해가 나타날 수 있는지 정리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