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장비 업계가 새해 새 성장동력으로 ‘사물인터넷(IoT)’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동통신사가 기존 통신설비 투자를 줄이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게 목적이다. 독자 제품,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매출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홈·스마트오피스·스마트공장 등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뿐만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도 공략한다.
◇합종연횡하는 유·무선 네트워크업계
올해 세계 네트워크 장비 업계 최대 화두는 인수합병(M&A)과 강력한 업무 제휴다.
지난 4월 노키아는 알카텔루슨트 합병에 합의했다. 다음 달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 시너지 사업에 뛰어든다. 노키아코리아 관계자는 “합병이 완수되면 협력 사업이 구체적으로 설정된다”며 “주요 사업과 제품 취사선택 등으로 핵심 업무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스코는 11월 에릭슨과 손을 잡았다. 두 회사 장비 판매와 컨설팅을 통합한다. 새 하드웨어(HW)는 공동으로 개발할 수 있다. 5만6000여건 이상 특허도 공유할 만큼 끈끈한 밀월 관계를 맺었다.
무선통신 시장에서는 노키아와 에릭슨이 강자다. 유선 인터넷 장비는 시스코와 알카텔루슨트가 장악한다. 글로벌 주요 사업자 합종연횡으로 유·무선 통합 네트워크 사업을 펼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최종적으로 IoT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신 성장 동력으로 해석한다.
IoT 센서끼리 통신할 때 필요한 무선 통신 기술과 망 전체와 연결하는 유선(인터넷) 통신 인프라를 갖춘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무선 통합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전통적 네트워크 장비 경쟁력 확보와 화웨이 등 급성장하는 중국 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면서도 “모바일·클라우드·IoT 등 신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화웨이도 5년간 IoT 사업 청사진을 제시하며 사업 속도에 박차를 가한다. 켄 후 화웨이 부회장·CEO는 “2020년까지 67억명 모바일 밴드 사용자와 10억개 넘는 사물이 연결되는 IoT 지원이 목표”라고 밝혔다.
◇급성장하는 국내 사물인터넷 시장
KT경제경영연구소 등은 올해 우리나라 IoT 시장을 3조8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2020년에는 13조7000억원, 2022년까지 22조9000억원 시장을 형성하는 등 급성장을 예상했다. 무엇보다 IoT 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2022년 기기는 전체 IoT 분야에서 44.8%를 차지할 전망이다. 서비스·애플리케이션(33.1%), 시스템사업자(19.5%), 이동통신망(2.7%)이 뒤를 잇는다.
기기가 IoT 핵심 분야로 떠오른 것은 다양한 센서와 통신 모듈을 결합한 제품 출시가 쉽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장비 업계에는 기회다. 장비 제조·생산 능력과 함께 통신 기술을 확보한 만큼 사업 확대와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칠 수 있다.
시스코코리아는 새해 주요 타깃 시장으로 IoT를 꼽았다. 국내 이동통신사와 공동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시스코코리아 관계자는 “IoT는 누구나 하는 분야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은 드물다”며 “IoT 전 분야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만큼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키아코리아는 미래기술연구소를 설립해 5G와 IoT를 위한 LTE-M, 공공안전 LTE 등 기술을 연구한다. 협력사 장비 테스트도 가능해 IoT 에코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산 네트워크 장비업체 IoT 투자도 매섭다. 유비쿼스와 다산네트웍스가 대표적이다. 다산네트웍스는 다양한 IoT 솔루션을 출시하고 있다. 귀뚜라미와 함께 개발한 스마트 보일러로 수익을 내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IoT 제품과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확충하는 데 집중했다”며 “새해에는 구체적 사업 성과와 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
권동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