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지자, 일부 카드사가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수수료 인하를 두고 법으로 금지된 리베이트 ‘편법 적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2개 전업카드사가 밴사와 밴수수료를 낮춰 계약을 맺고, 차액만큼 대형가맹점에 혜택을 주는 ‘수수료 인하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부 대형가맹점이 밴 리베이트 행위가 금지되자, 가맹점 수수료를 깎아달라는 압박을 가했고 이에 대한 카드사가 찾은 방법이다.
대형가맹점 결제에서 발생하는 밴 수수료를 해당 밴사에 적게 주고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를 깎아주는 셈이다. 카드사와 밴사 간 사전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밴사를 자회사로 둔 A카드사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자회사를 통해 결제건수가 많은 특정 대형가맹점에 혜택을 몰아주고, 관계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속내다. 대형가맹점 결제건수가 워낙 많다보니 밴수수료를 깎아서라도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B카드사도 시장에서 점유율이 떨어지는 밴사를 끌어들여 수수료 인하 계약을 맺고 그 차액만큼 대형가맹점 수수료를 빼주는 삼자계약을 검토 중이다.
이런 움직임에 다른 밴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카드사와 밴수수료 인하계약을 맺는 것은 형태만 바꾼 대형가맹점 리베이트라는 주장이다.
밴협회와 일부 밴사도 이에 대해 금융당국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금융위원회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단서조항을 달아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금융위는 “대형가맹점에 대한 밴과 카드가맹점 수수료 수준이 합리적 이유없이 다른 가맹점과 차별 적용되고 있다면, 이는 부당한 보상금 제공 또는 가맹점 수수료율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정 대형가맹점 수수료만 인하하는 것은 여전법 위반이라는 결론이다. 다만, 수수료 인하 행위가 원가 변화 등 합리적 이유에 따라 이뤄졌는지 감안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붙였다.
이런 분석에 카드업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밴 리베이트가 금지되면서 특정 대형가맹점 카드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주문이 폭증하고 있다”며 “대형가맹점을 놓치면 카드사 입장에서는 매출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인하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에 밴업계는 카드사가 밴수수료 인하를 볼모로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나서는 것은 리베이트와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밴협회 관계자는 “이는 대형가맹점 리베이트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결과”라며 “금융당국이 편법 리베이트 제공에 대해 묵인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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