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브랜드 전기버스가 한 대도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 보급분을 포함해 새해 최소 170여대 전기버스를 구매하려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기버스는 없다.
제주 서귀포시 버스운송사업자인 동서교통은 최근 중국 타이츠그룹 TGM(구 한국화이바)과 전기버스 23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9월부터 자일대우버스 등과 공급 협상을 벌여왔으나 납품시기와 가격 등 조건이 안맞아 결국 TGM 전기버스를 택했다. 한국화이바는 최근 중국에 매각됐다. 덕분에 우리 세금으로 중국 전기버스를 구매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동서교통 전기버스 도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제주지역 ‘자동형 전기버스 배터리 교체사업’으로 진행된다. 정부·지자체 보조금으로 동서교통이 운행 중인 23대 내연기관 버스 전체를 전기버스로 교체한다. 당초 산업부는 환경부 지원예산까지 합쳐 전기버스 49대를 도입하려 했지만 전기버스를 조달하지 못해 23대만 채웠다.
전기버스 공급부족으로 내년도 지자체 보급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제주뿐 아니라 김포, 포항, 부산시도 사업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김포, 포항, 부산은 올해 총 47대 전기버스 보급을 계획했지만 1~2대 말고는 공급 받지 못했다. 이들 지자체는 새해에도 총 101대 전기버스를 구입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는 TGM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전기버스 개발·생산 업체가 없다. 자일대우버스가 전기버스 개발·생산 사업을 하지만 전용 생산라인조차 없다. 소량 생산이다 보니 차량 가격이 TGM보다 30~40%가량 비싸다. 지금까지 시운전 버스 1대만 제주에 내놓았을 정도다. 준저상 차량이라 버스사업 적용에 한계가 많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전기버스 보급을 늘리려 하지만 (전기)버스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며 “한국에서 자체 수급이 어렵다 보니 중국 업체가 더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중국 BYD나 중통버스는 저상버스 기술을 아직 갖추지 못해 당장 한국 공략은 쉽지 않다. 중국 전기차업체가 가격과 대중성을 앞세워 지자체를 파고든다면 시장 잠식은 순식간이다.
우리나라 완성차 업계는 경제성과 시장성 문제를 들어 전기버스 자체 개발이나 생산에 등을 돌렸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2010년에 (전기버스를) 이미 개발 완료해 시범운행까지는 했는데 운행거리가 짧고 인프라가 부족해 시판하거나 공급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나마 전기버스 관련 기술을 확보한 한국화이바는 지난 9월 중국 타이츠그룹에 넘어갔다.
산업부 관계자는 “제주 전기버스 사업은 상징성이 강해 정부 차원에서 협상에 참여해 힘들게 공급계약을 이끌어냈다”며 “전기버스 보급 확대를 위해 우리 업체 시장 참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세현 TGM 부사장은 “중국 타이츠그룹에 인수절차가 아직 진행 중으로 설계·부품 등 한국 기술로 만든 전기버스”라며 “지금도 전국 전기버스 보급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 전국 지자체별 전기버스 도입 계획
자료:각 지자체 집계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류종은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