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와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스타워즈가 시작됐다. 두 억만장자의 로켓 회수 성공으로 민간인 우주여행 시대가 앞당겨졌다.
21일(현지시각) 미국 민간 우주선 개발업체 스페이스X는 위성을 탑재한 로켓 ‘팰컨 9’을 발사한 후 다시 추진 로켓을 지상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모터스의 엘론 머스크가 창업한 우주기업이다.
소형 위성 11개를 탑재한 팰컨9 로켓은 이날밤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에서 발사됐다. 발사 11분가량 지나 1단 추진 로켓이 무사히 지상에 수직 착륙했다. 착륙한 추진 로켓은 재사용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의 로켓 회수 시도가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켓에 실렸던 통신회사 오브콤 위성 11개도 정상궤도에 배치됐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에 “11개 위성이 목표 궤도에 배치됐으며 팰컨은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에 착륙했다. 환영한다”며 자축 메시지를 남겼다.
스페이스X는 지난 6월 로켓 폭발 사고 이후 6개월 만에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로켓 회수에도 성공하면서 한 발 앞서 로켓 회수에 성공한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와 경쟁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베조스가 창업한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은 지난달 24일 우주선 발사 로켓 회수 실험에 성공했다.
두 회사는 로켓 재사용 시대를 열었다. 추진 로켓을 회수해 재활용하면 발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감소하고 우주선 발사 간격도 줄어 우주 개척 속도를 크게 앞당길 수 있다. 현재 스페이스X 우주선 발사 비용은 6000만달러(약 688억원)에 이른다. 블룸버그는 “추진 로켓 재사용이 가능해지면 발사 비용이 600만달러(약 68억원)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베조스는 “로켓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건 보잉 747여객기를 타고 한 번 외국에 다녀온 뒤 이를 버리는 것과 같다”며 “로켓 회수는 우주여행 비용 구조를 완전히 바꿀 결정적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스페이스X는 올 1월 로켓 발사 후 1단 추진체를 착륙시켜 재활용한다는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1월 무인우주 화물선 드래건을 탑재한 팰컨 9 로켓은 발사에는 성공했지만 이동식 착륙선박에 강하게 떨어져 부서지면서 회수에 실패했다.
지난 6월 28일에도 우주정거장(ISS)에 보급할 식료품과 우주복, 실험장비 등 1.8톤에 달하는 화물을 실은 팰컨9을 발사했다. 그러나 로켓 내부 헬륨기압통을 지탱하는 철제 버팀목 결함으로 발사한지 2분 19초만에 폭발했다.
스페이스X는 이후 몇 달 간 결함 개선에 나섰다. 최근 팰컨9 엔진 성능을 30% 정도 끌어올려 로켓 발사와 회수를 재시도했다. 지난달 베조스의 로켓 회수 실험 성공도 승부욕을 자극했다.
머스크는 당시 베조스가 로켓 회수에 성공하자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우주와 궤도의 차이를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베조스 실험이 비교적 가까운 지구 궤도 내에서 이뤄졌기에 더 먼 우주에서도 성공을 거둘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머스크의 로켓 회수 성공은 상용 위성을 싣고 저궤도에 올라간 후 이뤄진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블루오리진 로켓은 수직으로 62마일까지 올라갔다. 스페이스X는 더 빠른 속도로 저궤도인 100마일까지 쏘아 올렸다.
베조스는 이날 트위터에 “팰컨9 준궤도(suborbital) 가속 단계 성공을 축하한다. (로켓회수 성공) 클럽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머스크를 자극하는 듯한 메시지를 남겼다. 머스크가 기술적으로 자신을 추월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뉘앙스였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