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간편결제 시장을 장악한 알리페이가 법인 간 거래에 등장했다. 국내는 본인인증 등 까다로운 절차 문제로 소액 간편결제도 초기 상황인 가운데 알리페이가 기업 간 거래(B2B)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페이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내 업계의 분발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주 국내 기업 비투링크(대표 이재호)는 중국 사업을 확대를 위해 현지 노무법인과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 ‘을’란 법인계좌정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결제대금을 입금할 법인계좌정보와 함께 알리페이 QR코드가 기재된 것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해보니 QR코드를 비추면 상대방 법인이름으로 개설된 계좌와 설정된 입금액이 떴고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거래가 가능했다.
그동안 소액결제 위주 전자상거래에서 알리페이가 많이 쓰여 왔지만, 법인 간 대금결제에도 알리페이 사용을 확인한 것은 중국 사업담당자도 처음이다.
비투링크는 한국 중소 화장품 브랜드를 모아 중국 유통가 입점이나 판매를 도와주는 회사로 최근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했다.
최시훈 비투링크 중국사업팀장은 “택시비 지불이나 식당, 편의점 등 오프라인 상점에서 알리페이를 쓰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 법인 계약서에 알리페이가 등장한 것은 처음 봤다”며 “중국 현지에 알아보니 기업용 알리페이 가입절차도 복잡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업자등록증이나 관련 서류 사본만 업로드하면 됐다.
알리페이는 간편결제만이 아니라 기업간거래(B2B), 파이낸스 영역으로 보폭을 확대해왔다. 거래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어도 거래 액수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권현돈 알리페이 한국지사장은 “중국 본사에 있을 때 기업 간 거래 부문 신사업을 다양하게 검토해봤다”며 “기업 간 거래도 파이낸스팀에서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광열 삼정KPMG경제연구원 상무도 “중국에서는 알리페이를 이용해 B2B사이트에서 중장비 기계 등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계약서까지 쓰이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중국이 우리보다 앞서 간편결제를 도입한 만큼 핀테크 분야에서도 유연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법인 계좌를 정식으로 개설해 이용하는 경우 외에도 중국 내에서 알리페이를 기업 간 결제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다양하다. 예를 들어 법인계좌 개설이 번거로운 경우에는 대표이사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직원 스마트폰에 연동해서 사용하기도 했다. 법인 계좌 돈을 대표이사 계좌로 이체하고 이를 다시 직원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국내 핀테크 사업이 소액 간편 결제에만 집중된 상황에서 알리페이 등 중국 간편결제 시장은 온라인, 모바일에서 나아가 오프라인, 기업 간 거래시장까지 빠르게 확산되는 것이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2015년 중국 내 모바일 결제규모는 약 1조4000억달러(약 1640조원)에 달하고 알리페이는 모바일 결제 시장 점유율에 82%를 차지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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