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연구회 미래선도형 융합연구]<2>고령화 연구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사회(2019년)에서 초고령사회(2026년)로 진입 중이다. 노인 건강 우려도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배애님 고령화연구단장
배애님 고령화연구단장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오는 2050년 한국 치매노인 수는 현재의 대구광역시 인구 237만명 정도로 예상했다. 2030년엔 122만명으로, 전체 국민 9.6%가 치매를 앓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회적 비용 증가와 노인 삶의 질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하는 이유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사장 이상천)가 올해부터 선도융합형으로 ‘치매 조기예측, 치료제 및 환자케어 기술 개발’ 융합연구단(고령화 연구단·단장 배애님) 운영에 들어갔다.

치매관련 통합 솔루션 개발이 목표다. 세부적으로 치매 조기 예측과 치료제 개발, 치매환자 관리를 위한 라이프케어 로봇을 개발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중심으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한국한의학연구원(KIOM), 안전성평가연구소(KIT)가 협력기관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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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부문에서는 와이브레인,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ST, 퓨처로봇, 로보로보 다섯 곳이 참여한다. 위탁은 삼성서울병원, 연세대, 서울대, 건국대, 고려대, 서울시립대, 서강대 등이 받았다.

연구인력은 박사 82명, 석사 57명 등 총 172명이 투입된다. 치매 분야에선 국내 최대 규모다.

연구진이 지향하는 핵심가치는 치매 조기예측, 치료제 유효성 확보, 평가 플랫폼 구현, 인지 재활용 라이프케어 로봇 개발로 삼았다. 세부 과제는 모두 9개다.

◇치매 어떻기에…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무서운 이유는 환자 기억력, 주의력, 언어기능, 시공간 능력과 판단력을 포함한 전두엽 집행 기능 장애로 가족과 주변인에게 치명적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미 정부 지원 연구기관 발표에 따르면 알츠하이머성 치매 확산 속도로 볼 때 현재 500만명에서 2050년 1380만 명으로 3배 가까이 늘 것으로 예측했다. ‘대유행’ 수준 경고인 셈이다.

국내는 국립중앙치매센터 보고에 의하면 2013년 58만명이던 치매환자가 30년 뒤인 2043년엔 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치매를 극복할 근본 기술이 현재는 없다. 치매는 병 경과가 진행돼 사망한 뒤 부검을 통해서나 정확한 병인 확인이 가능하다. 치매는 사람에게서만 나타난다. 동물 모델 개발 등 임상 체계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치료제가 나와 있지만 치매 증상 시작 후 5~20년인 생존율을 더 늘리지는 못한다.

알츠하이머성 대표 치료제인 타크린, 아리셉트, 엑셀론은 모두 아세틸콜린 에스테라제 억제제다. 아세틸콜린이 분해되는 것을 늦춰 환자 증상을 일정기간 호전시켜 준다. 환자에 따라 6개월에서 2년 내 부작용이 나타나 뇌신경 손상으로 증세가 더 악화되기도 한다.

비용문제도 만만치 않다. 오는 2050년 237만명이 치매에 걸릴 것으로 예상했을 때 진료 및 치료비는 총 134조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단 뭘 개발하나

알츠하이머에서 아밀로이드 침착은 증상발병 20년 전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효과가 좋지 않기 때문에 먼저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 질환이다.

KIST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반으로 정확도 90% 이상인 치매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첫 증상 후 진단까지 시간도 현재 대비 50% 이상 단축한다는 복안이다.

KISTI는 뇌파나 모션 모니터링 데이터, 개인정보데이터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매(알츠하이머치매, 혈관성치매, 파킨슨증상) 조기 예측 및 자동분류 시스템을 구축한다. 정확도 목표는 9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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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치료제 유효성 확보에도 나선다.

2012년 기준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 약물 수는 세계적으로 102개다. 2010년 85개 후보물질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이를 들여다보면 1~2상 초기단계 파이프라인 수가 현저히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 이후 30개 파이프라인에 있는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이 또한 임상 1상 및 2상에서 더 이상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종단계 파이프라인 물질이 부족한 상태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KIST와 KIOM, KIT는 근원적 치매 치료 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교세포 반응성 조절을 통한 신규 치매 치료제를 개발한다. 타우 단백질 응집 조절 및 타우기반 신규 타깃 치매 치료제도 개발한다. 한의학 분야에서는 한약 기반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출할 계획이다.

이들 후보물질 독성 평가는 KIT가 맡게 된다.

치매평가 신규 플랫폼을 구현하는 연구도 진행된다. KIST는 신규 치매 치료제 타깃 단백질 5종을 발굴한다.

KRIBB 등은 동물모델 평가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초파리 3종, 제프라피쉬 2종, 생쥐 1종, 영장류 1종 모델을 구축한다.

라이프케어 로봇도 개발된다. KIST가 추진하는 라이프케어 로봇은 하루 8시간 이상 지속 간병이 가능한 로봇간병보조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ICT와 로봇 기술을 결합해 24시간 치매환자를 모니터링하게 된다.

◇기대효과는

치매조기예측 시스템은 삼성서울병원 임상평가가 나오면 와이브레인에 기술이전, 상용화를 추진한다.

치매 치료제는 국내 제약사와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제약사로 이전할 경우 임상연구를 통해 임상1상과 후속 시험 완료 후 글로벌 제약회사로 넘기는 형태다.

치매평가 신규 플랫폼은 오리엔트바이오, 우정BSC, 중앙실험 동물 등 국내 실험동물 공급업체에 관련 모델이전이 추진된다.

인지 재활용 라이프케어 로봇은 올해부터 시행 중인 노인장기요양보험 복지용구로 인증을 추진한다. 인지재활용프로그램은 연구결과를 표준화해 ICT 기기 탑재가 가능한 앱 형식으로 상용화를 추진한다.

배애님 고령화연구단장은 “치매관련 사회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초석을 놓게 될 것”이라며 “증상이 발생하지 않은 알츠하이머 위험군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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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