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모바일대전 숨은 승자는 중국산 ‘스마트워치’였다. 통닭 한 마리 값밖에 하지 않지만 만능 기능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싼 제품을 쓰다가 고장나면 버리는 ‘패스트IT’ 흐름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하이마트(하이마트)는 18일부터 28일까지 11일 간 진행한 제2차 모바일대전 판매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고 밝혔다. 7월 제1차 행사 때와 비슷한 규모다. 다만 1차 때는 전체 행사였고, 이번에는 모바일 단독 행사였다. 방문객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성과는 비슷하다는 점에서 실제 행사효과는 훨씬 큰 것으로 회사는 해석했다.
2차 모바일 대전에서 가장 눈에 띈 제품은 중국산 스마트워치 ‘미프리 M1’이었다.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처음 판매된 이 제품은 행사기간 중 하이마트 전체 스마트워치 판매량 60%를 점령할 정도로 폭발적 반응을 불렀다. 물건이 없어 못 구한다. ‘하이워치(하이마트+워치)’란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 제조업 중심지 심천에 본사를 둔 후이신케지(慧芯科技)가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이름이다. 국내 판매가가 1만9900원에 불과하다. 조금 비싼 통닭 메뉴 수준이다.
가격이 싸다고 기능까지 저렴한 것은 아니다. M1은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통화를 할 수 있다. 전화번호부를 조회하고 메시지를 확인하는가 하면 음악재생·카메라·운동량 측정·계산기·음성녹음을 지원한다. 웬만한 스마트워치 필수기능이 모두 들어갔다.
M1이 성공을 거둔 것은 근래 정보기술(IT) 업계에 불고 있는 ‘패스트IT’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패스트IT는 ‘패스트패션’에서 따온 말이다. 패스트패션은 최신 디자인 옷을 싸고 빠르게 공급하는 형태를 말한다. 자라·유니클로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는 옷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싫증이 나도 부담이 없다. 옷 가격이 아주 싸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패션에서 시작된 이 ‘패스트’ 바람은 지난해 초 IT로 확산됐으며 샤오미 등장으로 세계적 흐름을 형성했다. 싼 IT기기를 샀다가 싫증나거나 고장 나면 새로 사는 시대가 온 것이다. 모바일 시장 양극화 현상으로도 해석된다.
이 제품을 산 한 네티즌은 “M1에서 내게 필요한 기능은 메시지 알림과 녹음”이라며 “나머지는 기능이 썩 훌륭하지 않지만 2만원이라는 가격이 모든 걸 용서해준다”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가격대비 성능(가성비) 좋은 제품을 찾던 사람들에게 대안이 되는 제품”이라며 “실험적으로 들여온 제품이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고 보고 앞으로 이런 가성비 좋은 제품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패스트IT= 패스트(Fast)와 정보기술(IT)을 조합한 말. ‘패스트패션’에서 따왔다. 값싼 최신 유행 옷을 단기간만 입고 교체하는 것처럼, 싼 IT기기를 자주 바꿔 쓰는 흐름을 의미한다. 샤오미가 대표 기업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