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샷법`만도 못한 `원샷법`…처리되더라도 `깡통법` 될수도

과잉공급 업종에 한해 사업 재편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이 ‘반샷법’으로 전락했다. 대기업 제외 및 업종 제한을 정치적으로 끼워 넣으면서 입법 취지가 상당 부분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막판 합의로 입법이 되더라도 기업이 특별법을 활용하지 않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반샷법에 더해 이른바 ‘깡통법’이 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법안소위를 열어 원샷법 축조심의를 마쳤지만 야당과 정부·여당 간 최종 합의에는 실패했다. 막판까지 쟁점이 된 특별법 적용 업종을 한정하는 방안은 추후 논의키로 했다.

야당은 조선, 철강, 석유화학 3개 업종에 대해서만 특별법을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당초 대기업을 모두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한발 물러선 것이지만, 이는 특별법 취지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원샷법을 처리할 수 있는 기회는 새해 8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만 남았다. 법사위 숙려기간(5일)을 감안하면, 최소한 새해 3일 이전에는 상임위를 통과해야 하지만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야 지도부 협상을 통해 쟁점법안을 일괄 처리하거나 국회의장 직권 상정만이 원샷법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 같은 진통이 계속되면서 원샷법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특별법이 벤치마킹한 일본 산업경쟁력강화법과 비교해 기업 사업 재편을 독려할 수 있는 여건이 상당히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원샷법은 적용 대상을 과잉공급 업종으로 한정한 것부터 일본 등 선진국 법과 큰 차이가 있다. 인수합병 등을 통한 한계기업 구조 개편도 시급하지만 일반 기업 자발적 사업 재편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해 산업경쟁력강화법 시행 이후 1년 9개월여 동안 기업 규모와 재무 건전성 등에 관계없이 21건 사업 재편 계획이 승인됐다.

민관합동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사후 승인 취소 근거를 마련한 것도 기업 특별법 활용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주주와 채권자 보호를 위한 보완 조치도 기업에는 부담이다. 사업재편 계획 공시기관을 대폭 확대하고 소규모분할 횟수를 제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존속회사가 소멸회사 주식을 90% 이상 보유하면 소멸회사 주주총회를 이사회 결의로 대체하는 간이합병 요건도 당초 안인 3분의 2에서 80%로 축소됐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일본이 대기업은 물론이고 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산업경쟁력강화법을 통한 선제적인 사업 재편을 독려하면서 일자리 창출 등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원샷법은 기업에 공급과잉 업종과 한계 기업이라는 낙인을 찍고 사업재편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특별법 활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여당은 물론이고 산업위 야당 의원조차 법안심의 과정에서 ‘이런 법을 만들면 어떤 기업이 활용할 수 있겠느냐’는 발언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