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너지 기업 줄도산… 금융위기 이후 최다

저유가 지속으로 에너지 기업이 위기를 맞았다.

30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캐피털IQ 자료에 따르면 올해 파산 보호를 신청한 세계 에너지 관련 기업은 58개다. 지난해 20개에서 세 배가량 증가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95개 이후 가장 많다. 유가와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관련 기업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 파산보호 신청한 업체는 7개다. 상반기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기업은 18개다. 하반기는 40개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작년 한 해 파산보호를 신청한 에너지 기업이 20개인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가파르다.

한계 직면 기업이 버티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가가 반등하지 않으면 파산 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1일 큐빅에너지도 델라웨어 파산법원에 파산보호(챕터 11)를 신청했다.

큐빅에너지는 미국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시추하는 업체다. 부채가 1억2640만달러(1477억원)에 달한다. 지난 1년간 인수 업체를 찾았지만 실패해 결국 파산으로 내몰렸다.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한 매그넘헌터리소스는 올해 4월부터 파산이 예견됐다.

저유가로 전 세계 에너지 기업이 위기를 맞았다.
저유가로 전 세계 에너지 기업이 위기를 맞았다.

상당수 에너지 기업은 파산을 면하기 위해 각종 자구책을 마련했다. 대표적 미국 원유업체인 셰브론은 올해 6000~7000명을 감원하고, 내년 자본지출은 25%가량 줄일 계획이다. 엑손모빌도 올해 초 자본지출을 작년보다 12%가량 줄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베어커휴스는 올해 1~4월 1만500명을 감원했고, QEP리소스는 7월 미국 오크라호마주 털사 사무소를 폐쇄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미국 원유업계에서 근로자 7만명(전체 14.5%)이 일자리를 잃었다.

에너지 업계 어려움은 새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내년 세계 원유 공급이 하루 60만 배럴 가량 초과 공급된다고 예상했다. 원유 재고도 2017년까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12월 보고서에서 내년 석유 수요 증가세가 둔화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함에 따라 공급 과잉이 최소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