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구성하는 것도 힘들고 지금 직장에 언제까지 다닐지도 두렵지만 한국인은 ‘새로운 것’에 민감하고 열광했다. 인터넷, 모바일, 스마트폰시대 ‘코리아 대도약’을 이끈 것도 다름 아닌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다. 2016년 병신년을 맞아 우리 국민은 ‘핀테크’ ‘3D프린팅’ ‘로봇’을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전자신문과 LG CNS가 새해를 맞아 우리 국민 ‘고민거리’와 ‘유망산업’에 대해 진행한 ‘빅데이터 이슈’ 조사에서 평범하지만 안정적인 생활에 대한 갈망과 이를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열어주기를 원하는 시대 요구를 읽을 수 있었다.
과거 평범했던 일상은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많은 젊은이가 구직난에 허덕이고 기성세대는 구조조정 칼바람을 두려워한다. 내 집 마련과 결혼은 점점 어려워지고 오순도순 가정을 꾸리고자 하는 바람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황 장기화로 이어진 저성장 뉴노멀 시대가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고민거리로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역시 ‘가족(19.2%)’ 이었다. 출산·육아(12.5%), 결혼(5%)까지 더하면 가족 관련 키워드는 36.7%를 차지했다. 이어 공부, 건강, 연예, 직장생활, 취업 등으로 나타나 점점 각박해져가는 삶에 대한 불안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맞는 것일까”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내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하나” 등 불안감이 이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됐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이제는 조금씩 특별한 일로 변해가고 있다.
새해를 달굴 유망산업 조사에서는 핀테크(검색문서 수 2897건)와 3D프린팅(검색문서 수 2896건)이 각각 14.7%로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로봇이 14.3%로 3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헬스케어, 웨어러블, 드론, 전기차, 가상현실 등이 뒤를 이었다. 전통 제조업보다는 기존 산업과 융합 가능성이 높고 서비스 측면이 많은 산업에 관심이 쏠렸다.
핀테크는 새로운 금융서비스 산업 태동에 대한 기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융업계는 물론이고 전자, 통신, 인터넷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사업 참여를 발표한 만큼 새로운 비즈니스와 서비스 모델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 주요 금융선진국도 제조업 위축 빈자리를 금융 비즈니스로 채워왔다. IT 강국 저력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핀테크라는 새 금융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포식자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바람이 담겼다.
3D프린팅도 기존 산업과 융합을 통한 성장요소가 많은 분야로 꼽혔다. 관련 키워드로는 디자인, 제작, 자동차, 스마트폰, 피규어, 패션 등이 언급됐다. 3D프린팅이 소품종 대량생산이란 제조업 트렌드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산업계 전망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 유망산업 3위로 언급된 로봇이 3D프린팅 융합 관련 키워드로 꼽힌 것도 관심 포인트다. 로봇은 전통 산업과 융합 가능성이 다수 언급됐다. 로봇을 가장 많이 활용할 것으로 보이는 산업으로는 에너지가 꼽혔다. 자원개발과 에너지 설비 운영 및 유지보수에서 로봇이 어려운 작업들을 수행할 것으로 본 것이다. 에너지 다음으로 이미 로봇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이 뒤를 이었으며 IT, 환경, 의료 등도 로봇 활용분야로 주목 받았다.
새해 유망산업은 ‘이전엔 경험하지 못했고’ ‘좀 더 많은 기술과 기능이 융합된’ 분야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많은 이들이 원가경쟁력을 무기로 하는 제조업보다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고부가가치 산업 기대감을 품고 있다. 병신년 새해는 신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과 기존 산업 혁신이 지속가능성을 채우는 요건으로 꼽혔다.
<2015년 우리의 고민거리(자료: LG CNS)>
<2016년 유망산업(자료: LG CNS)>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