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소기업이 성장하려면 아세안 시장으로 적극 진출해야 합니다.”
김기찬 세계중소기업협의회장(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은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도 ‘마중물’ 붓기 식이 아닌 수출 중심으로 새롭게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중소·소상공인 지원정책은 풍선효과만 일으킬 수 있다”며 “만약 수원 전통시장을 지원해 살린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영등포나 인근 지역 소비자상권만 옮겨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현대자동차가 내수에만 치중했던 일본 스바루를 제치고 세계적 브랜드가 된 것은 개도국 위주 해외진출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10여년 전부터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시장에 진출해 시장점유율을 높여왔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것은 2011년이며, 이는 금융위기 후유증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 해외 진출과 투자가 약화된 시점과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수출 중심 경제인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이 내수시장에 치중하면서 사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살기 위해 ‘글로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로라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마찬가지로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창업보다 폐업이 늘어나면서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글로벌 전략으로 해외 관광객 대상 사업과 해외 현지시장 진출 두 가지를 꼽았다. 중국 등 해외 관광객 재방문율을 늘리고 인도네시아·베트남·말레이시아 등과 같은 아세안 지역경제로 파고드는 전략이다.
특히 한류문화 호감도가 높고 경제성장율이 5~6% 이상인 신흥국을 반드시 진출해야할 시장으로 꼽았다. 중산층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식품·의류·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급 제품·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일본이 일찌감치 투자해 안방처럼 드나드는 상황”이라며 “당장 생존이 어려워 투자가 어렵다고 해서는 안 된다. 정주영 회장은 사막은 비가 오지 않아 일 년 내내 공사하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었다”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아시아중소기업협의회(ACSB) 초대 회장으로 지난해 6월 ICSB 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ICSB는 1955년 미국에서 설립된 창업 및 중소기업 발전 관련 단체로 내년 6월 뉴욕 세계대회를 앞뒀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