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단말기 보조금은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는 KT가 보조금에 부과된 부가가치세를 환급하라며, 전국 세무서 13곳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판결이 확정되면 KT는 지난 2006년부터 2009년분 부가가치세 1100억여원을 돌려받는다. 비슷한 내용으로 소송을 진행 중인 SK텔레콤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03년 신세기통신 단말기 보조금을 에누리액으로 판단했다.
소송 쟁점은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을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인 ‘에누리액’으로 볼 수 있느냐였다. KT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허용된 2006년부터 2009년 휴대전화를 판매하며 일정 약정기준을 채운 고객에게 단말기 값을 지원하는 보조금을 대리점에 지급했다.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대리점은 고객의 요금제에 포함된 단말기 값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적용했다.
KT는 그동안 보조금을 과세표준에 포함, 부가가치세를 납부했다. 그러나 보조금은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단말기 값을 깎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할인된 금액은 ‘에누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KT는 지불한 세금에서 할인액을 적용한 만큼 세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세무당국은 KT가 대리점에 단말기를 공급할 때에는 단말기 값이 정상가격으로 결정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후에 지급된 보조금은 에누리가 아니라 대리점 판매를 장려하는 판매장려금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부가가치세법에 따르면 에누리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판매장려금은 과세대상에 포함된다. 1심 재판부는 KT가 통신 가입자에게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한 것을 ‘요금을 깎아준 것’으로 보고 현행법상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단말기 공급가액에서 직접 공제되지 않으면 에누리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1심의 결론이 옳다고 봤다. KT가 이동통신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에서 보조금을 지급했더라도, 단말기 판매가에서 보조금 만큼 할인이 이뤄지는 이상,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에누리액’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보조금이 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에서 지원됐더라도 단말기 공급가에서 공제된 이상 에누리액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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