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기기 뜨며 다시 주목받는 `골전도 진동 스피커`

웨어러블 기기 확산으로 골전도 기반 ‘진동 스피커’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진동 스피커는 이어폰이나 블루투스 페어링이 없어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람 몸을 매질로 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에 착용형 기기에 적합하다.

`팁톡`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워치용 밴드
`팁톡`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워치용 밴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공개된 구글글라스 차기작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공개된 구글글라스 차기작

5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워치와 스마트글라스 등 웨어러블 기기가 대중화하면서 인체를 매개로 전달하는 골전도 진동 스피커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사용자경험(UX) 개선 효과가 크고 사생활도 보호할 수 있어 채택이 확산될 전망이다.

골전도 기술은 세계적으로 1900년대부터 상용화가 시도됐지만 웨어러블 기기 등장으로 유용성이 높아졌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청약자를 위한 골도 전화기가 개발되는 등 상용화가 이뤄졌다. 뼈에 진동을 전달해 소리를 듣게 하는 ‘골도 청각’을 이용했다.

사람 청각은 귀에 공기 매질 소리가 직접 전달되는 ‘기도 청각’과 신체 진동으로 전달되는 ‘골도 청각’으로 나뉜다. 골도 청각은 기도 청각이 쇠퇴하거나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느낄 수 있다. 외부 소음과 관계 없이 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웨어러블 기기 UX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소리를 전달하는 진동 소자는 물에 젖은 상태에서도 작동하기 때문에 방수 성능도 좋다. UX와 설계 양 측면에서 웨어러블 기기와 궁합이 좋다는 평가다.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를 통해 공개된 차기 구글글라스에도 골전도 스피커 탑재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다. 이 기기 외관을 보면 이어폰 장착을 위한 별도 단자가 없다. 초기 제품에 골전도 스피커가 채택됐다 후속 모델에서 제외됐지만 이번에 다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육성 벤처기업 ‘이놈들연구소’가 CES 2016에 출품한 ‘팁톡’ 역시 골전도 응용 기술이다. 팁톡은 스마트워치용이다. 스마트워치 밴드에 특수 센서 모듈을 부착해 진동을 발생시키고, 손 끝으로 소리를 전달한다. 손끝을 귀에 갖다대면 기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통화 내용이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아 사생활 보호 효과가 있다. 연내 상용 제품으로 나온다.

우리나라 업체 중에는 예일전자가 골전도 진동 스피커 모듈을 글로벌 기업에 납품한다. 지난해 해외 IT업체 웨어러블 기기용 모듈 공급권을 따냈다. 초박형, 초소형 모듈 제조 역량을 인정받았다. 모듈을 소형화하면서도 출력과 음질을 높인 것이 핵심이다.

홍진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는 “골전도 기술은 1900년대부터 연구됐던 기술로, 과거에는 청약자용 전화기 등 일부에서 상용화됐다”며 “소음 차단 효과가 뛰어나고 기도 청각이 약한 사람도 사용할 수 있어 웨어러블 기기에서 유용성도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