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질연대 ‘인류세’1950년대부터…원자탄이 전환점”
“지구상의 인류는 1950년대를 기점으로 새로운 지질적인 역사시대인 인간세(Anthropocene epoch)에 들어섰다. 원자폭탄과 원자에너지원에 접근하게 된 것이 전환점이었다. 이 새로운 지질시대에 인간은 콘크리트,플라스틱,알루미늄,석탄,가솔린,원자탄을 사용하면서 인위적으로 지질층을 바꾸기 시작했다...”
데일리메일은 7일(현지시간) 24개국을 대표하는 국제연구팀 ‘인류세 워킹그룹’이 사이언스지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논문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지질학자는 지난 1만1천700년 동안 현세(충적세)가 굳건하게 유지돼 오면서 인류의 문명이 이뤄지도록 해 왔지만 인류가 전체 지구시스템을 바꾸기 시작함에 따라 새로운 지질학적 연대기인 인류세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킹그룹에 따르면 지구지질층에는 지금까지와 달리 인간의 손길을 거친 새로운 인공 광물과 바위형태가 포함시키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는 알루미늄,콘크리트,플라스틱 같은 새롭고도 풍부한 ‘기술화석(technofossils)’의 급격한 확산에 따른 것이다.
■ “인류의 흔적을 퇴적층에 남기고 있다”
이들 과학자는 인류의 행동이 퇴적층이나 얼음같은 지질층에 전반적이고 꾸준한 흔적을 남기면서 새로운 지질학적인 단위를 사용하도록 경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지질조사학회의 콜린 워터스박사는 “인류는 오랫동안 환경에 영향을 미쳐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알루미늄,콘코리트,플라스틱을 포함한 새로운 물질들이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인류의 흔적을 퇴적층에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질연대기에 인간세 추가 여부를 결정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잔 자라시위츠 라이체스터대교수이자 인간세 작업반 24개회원국 의장은 “이러한 새로운 층위학(層位學)적인 흔적과 증거는 인간세 개념이 현실성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류세의 시작시점과 관련, 학자들사이에서는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부터 300년후인 1950년대까지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다.
■인류는 과연 지층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인류세 기간은 인류사회가 식량생산을 늘리고 도시거주시설을 짓고, 물과 광물 및 에너지자원을 능숙하게 사용함으로써 발전해 간 시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20세기 중반의 기간을 인구폭발,급속한 산업화 및 소비지상주의로 인해 급격한 환경변화가 시작된 시기, 즉 거대가속(Great Acceleration)의 시기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인류가 태운 화석연료 분진은 이산화탄소 무기물 재입자들과 함께 전세계로 퍼졌다. 삼림벌채와 도로건설로 지각침식이 발생하면서 인위적인 퇴적층은 더욱더 넘쳐 흘렀다. 인공 댐 뒤에 남겨진 광범위한 퇴적물은 삼각주의 침하를 심화시켰다.
인류는 또 1945년부터 1959년 사이에 납 가솔린비율 증가는 물론 살충제 잔류물,폴리클로로비닐(PCB),폴리아로매틱 탄화수소 증가 등 인공적인 지구 화학적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지난 세기 토양내 질소 및 황 축적량은 질소비료 사용 증가에 따라 2배로 증가했다. 이는 지구상의 호수와 그린랜드얼음의 질소수준을 지난 10만 년 중 그 어느 때보다도 높게 만들었다.
1945년 7월 16일 뉴멕시코주 알라모고도에서의 원폭실험은 1951년까지 이지역에 방사능 낙진을 가져왔다. 이어진 원폭 실험은 1952년부터 1980년까지 대기중 탄소동위원소 C14,플루토늄239를 증가시켰고 이는 1964년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른 바 ‘밤스파이크(Bomb Spike)’다.
전세계 평균기온은 1900년대 이래 지금까지 평균 0.6~0.9도 상승했다. 특히 지난 50년간 많이 올랐는데 이는 지난 1만4천년 동안 증가한 기온 상승 수준을 뛰어넘었다. 해수면은 1993년부터 2010년 사이에 매년 평균 3.2■mm 내외로 상승했다.
생물학적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멸종은 지난 1500년대 이후 일어난 생물멸종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으며 19세기 이래 급가속되고 있다. 게다가 종의 군집은 농사 및 어업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종의 습격과 변화로 인해 영원히 바뀌고 있다.
■인류세란?
인류세(Anthropocene, 人類世)는 조만간 공식적인 지질시대 구분방식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지질연대(Geological epoch)다. 이는 인간이 행성 지구를 영원히 변화시킨 새로운 시대를 의미한다.
지난 199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네덜란드 화학자 크뤼첸이 지난 2000년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와 급격한 지구 환경 변화에 따라 이에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인류세로 제안했다.
그는 지질시대를 연대로 구분할 때 기(紀)를 더 세분한 단위인 세(世)를 현대에 적용했다. 인류세는 시대 순으로 따져 신생대 제4기 홍적세(洪積世)와 지질시대 최후의 시대이자 현세인 충적세(沖積世)에 이은 전혀 새로운 시대다. 즉 지금까지 계속되던 충적세와 다른 새로운 지질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의 시대구분이다.
국제지질학연맹(IUGS)에 따르면 인류는 마지막빙하기가 지난 1만1천700년전에 공식적으로 현세(Holocene epoch, 또는 충적세(沖積世)로 불리는 시대에 들어섰다.
일부 전문가들도 크리첸의 주장에 동조, 이제 지질연대를 현세에서 인간세(Anthropocene)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anthropo’는 인류, ‘cene’는 새롭다는 뜻이다.
■ “원폭실험시점이 인류세의 기점”
지금까지는 전문가들조차도 언제 인간이 지구의 지질에 지속적으로 충격을 주었는지에 대해 논란이 분분했다. 하지만 1950년대 근처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원자폭탄은 가장 일반적으로 이 지질세를 보여주는 지표(marker)다.
지난 해 지질연대 인류세 워킹그룹은 최초의 원자폭탄이 실험된 1945년 7월16일이 인간세의 시작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24개 회원국의 동의를 얻었다.
인류가 최초로 엄청난 에너지원에 접근한 원자시대의 시작은 지질연대를 바꾼 역사적인 전환점이었다. 또한 이는 암석과 토양을 포함한 지질층 안에서 효과적으로 추적될 수 있는 시간준위(time level)이기도 하다.
이는 이전까지의 지질시대 구분이 종의 멸종을 가져온 소행성의 지구충돌이나 화산분출같은 것에 의해 구분돼 왔었던 것과 차별화된다.
국제지질학연맹(IUGS)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인류세가 국제적인 새 지질연대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증거가 있는지 결정하게 된다.
지난 해 1월 잔 자라시위츠박사는 “이 방식은 인간이 지구에 변화를 가져온 증거를 해결할 최적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재구국제과학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