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얼 `GE 가전사업 인수`, 가전시장 지각변동…삼성, LG 영향 촉각

<하이얼 전시장 <전자신문DB>>
<하이얼 전시장 <전자신문DB>>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이 130년 전통의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문을 인수한다. 하이얼은 GE 인수로 북미 가전시장 영향력 확대 기반을 마련했으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인수는 양사 주주와 규제 당국 승인을 거쳐 올해 중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하이얼 `GE 가전사업 인수`, 가전시장 지각변동…삼성, LG 영향 촉각

◇세계 가전시장 지각변동

하이얼은 중국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세계 최대 가전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북미시장 점유율은 1%대에 그칠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GE 인수는 북미 시장 점유율을 일거에 바꿔놓을 카드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북미 가전시장 점유율은 월풀이 14%로 1위에 올라있고, LG전자(12%), GE(10%), 삼성전자(9%) 순이다.

GE 로고 <전자신문DB>
GE 로고 <전자신문DB>

하이얼과 GE 인수계약에는 40년간 가전제품에 GE브랜드를 사용할 권리가 포함됐다. 하이얼은 GE 브랜드로 북미시장 경쟁력 강화를 노린다. 하이얼 제품 인지도 제고 효과까지 기대한다. 하이얼은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강점을 보이던 GE 네트워크를 그대로 가져가고, 유럽 빌트인 시장까지 도전할 기반을 갖게 됐다.

중국 내수시장 1위를 확고히 하는데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프리미엄 가전시장이 부상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데 맞서 GE 브랜드 제품을 내세울 수 있어서다.

LG전자는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서 초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 홍보에 나섰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왼쪽), 런던 피카딜리서커스(오른쪽)에 운영 중인 LED 전광판에 광고를 상영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서 초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 홍보에 나섰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왼쪽), 런던 피카딜리서커스(오른쪽)에 운영 중인 LED 전광판에 광고를 상영하고 있다.

◇삼성-LG에 미칠 위협은

이번 인수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단기적으로는 위협이 제한적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적지 않은 변수로 해석된다.

하이얼이 GE를 인수하며 프리미엄 가전 시장으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북미 가전시장에서 GE 브랜드 파워를 넘어섰다. 올해는 프리미엄보다 한 단계 높은 초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는 등 브랜드와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하이얼 GE 인수가 LG전자에 미칠 영향 분석을 통해 “세계 가전시장은 친환경이 대세”라며 “이를 기반으로 브랜드 인지도, 디자인 경쟁력, 모터 등 핵심부품 내재화 역량 등을 확보하는 LG전자 입장에서 하이얼은 당분간 위협요소가 안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이얼이 GE브랜드를 사용해도 북미 소비자에게 각인된 중국 제품에 대한 저가 이미지와 불신을 극복하는 것 역시 과제다. 실제로 북미 포털 사이트 댓글에는 ‘이제 GE를 지우겠다’ ‘GE가 이제 싼 제품이 되는 것인가’ 등 글이 상당수다.

◇반독점규제 넘어야 최종 인수

양사 인수계약은 주주 승인과 미국 반독점규제 승인을 거쳐 올해 중순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관건은 미 법무부가 반독점법 위반으로 판단할지 여부다.

GE는 지난 2014년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에 가전부문을 33억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 법무부가 반독점법을 위반한다며 매각을 승인하지 않아 지난해 말 계약이 무산됐다. 반대 이유는 북미시장에서 일렉트로룩스 점유율이 높아져 소비자 선택권을 저해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렉트로룩스와 달리 하이얼은 북미 가전시장 점유율이 워낙 낮기 때문에 미 법무부도 승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