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인도에 이어 새로운 스마트폰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각)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에서 판매된 스마트폰은 2615만대다. 전년 2140만대에 비해 22%나 늘었다. 불과 6년 만에 15배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지난해는 스마트폰 판매량이 처음으로 피처폰을 앞섰다. 900만대 넘게 차이가 난다. 전체 휴대폰 시장 규모는 수년째 4000만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스마트폰이 주류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스마트폰 시장 규모면에서도 세계 10위권 안에 들었다.
트렌드포스는 러시아 시장 성장세를 4G 이동통신과 모바일 결제 서비스 확대로 플랫폼 전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켈리 셰이 트렌드포스 수석 매니저는 “러시아가 인도에 이어 차세대 글로벌 제조 업체 간 격전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러시아 시장 1위는 삼성전자다. 지난해 애플을 제치고 선두자리를 되찾았다. 애플은 영국 업체인 플라이(Fly)에도 밀렸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 업체 진출도 잇따른다. 레노버는 A7000플러스나 팹플러스, 바이브P1 등 대화면 스마트폰을 여럿 선보였다. 현지 업체인 익스플레이(Explay)나 요타(Yota)도 가세했다.
하지만 신흥 시장답게 러시아 시장은 중저가폰 위주다. 전체 판매 대수에서 67.8%를 차지했다. 세 대 중 두 대는 124달러 미만짜리 제품이다. 삼성이 1위에 오른 것도 중저가 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셰이 수석 매니저는 “러시아 소비자는 보다 저렴한 제품을 고른다”며 “러시아 경제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중저가폰 수요 증가는 플라이와 반투명 디스플레이로 주목을 받았던 익스플레이 같은 제조업체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 플라이는 지난해 시장점유율 9.5%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세계 스마트폰 제조업체 순위에 못 들지만 러시아에서 만큼은 맹주다. 전년에 이어 세계 시장 2위와 3위 기업인 애플과 화웨이를 제쳤다. 원래 2위던 LG를 밀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애플은 비싼 가격때문에 선두자리에서 내려앉았다. 평균 가격이 삼성전자 주력 제품에 비해 두 배 정도 높았다.
그렇다고 러시아에서 중저가폰만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트렌드포스 자료를 보면 스마트폰 사용자 중 3분의 1은 중급 이상 제품을 쓴다.
화웨이가 2014년부터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기 보다 브랜드 알리기에 집중한 이유다. 화웨이는 벌써 10개가 넘는 전문 판매점을 러시아 전역에 설치했다. 지난해 9월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아너7와 아너밴드제로를 러시아 현지에서 발표하면서 고급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셰이 수석 매니저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은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전망이 밝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