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온라인 가입하려면 4400원 내라구요?"

휴대폰을 온라인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나 공인인증서로 `비대면 본인인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이 많고, 공인인증서는 유료여서 크게 불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알뜰폰은 온라인 개통 비중이 높아 고민이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휴대폰을 온라인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나 공인인증서로 `비대면 본인인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이 많고, 공인인증서는 유료여서 크게 불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알뜰폰은 온라인 개통 비중이 높아 고민이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에서 휴대폰을 개통할 때 필요한 ‘비대면 본인 인증’ 체계가 크게 제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나 유료 공인인증서만 인정된다. 대학생·고령자 등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은 휴대폰 가입을 위해 평소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 유료 공인인증서를 돈 내고 발급받아야 한다. 이동통신 업계는 무료 공인인증서 등 비대면 본인 인증 수단을 늘려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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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3사와 알뜰폰 업계는 온라인 휴대폰 가입 시 비대면 본인 인증 방법으로 신용카드와 범용 공인인증서(유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기기 변경 등 일부 예외를 빼면 휴대폰 본인인증은 사용하지 않는다. 명의 도용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알뜰폰 A사는 온라인 홈페이지 개설 후 한 달만에 100건 넘는 휴대폰 명의도용 가입자를 적발하고 즉시 휴대폰 본인 인증 창구를 막았다. A사 관계자는 “명의도용한 휴대폰으로 본인인증을 하면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신용카드와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조한 신용카드와 공인인증서로 휴대폰을 개통하면 그 관리 책임이 카드사와 공인인증서 발급 기관으로 넘어간다는 의미다.

은행 홈페이지 등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공인인증서는 무료인 일반 공인인증서와 유료인 범융 공인인증서로 나뉜다. 무료 공인인증서는 인터넷뱅킹 등 제한된 영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범용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으려면 4400원을 내야 한다.
은행 홈페이지 등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공인인증서는 무료인 일반 공인인증서와 유료인 범융 공인인증서로 나뉜다. 무료 공인인증서는 인터넷뱅킹 등 제한된 영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범용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으려면 4400원을 내야 한다.

휴대폰을 개통하려는 사람 중에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대학생, 가정주부, 고령자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신용카드를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가족 신용카드를 빌려 사용하기도 한다. 신용카드를 본인인증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남는 건 범용 공인인증서인데 이를 발급받으려면 4400원(부가세 포함)을 내야 한다. 은행 등 특정 온라인 사이트에 방문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발급이 가능하다. 더욱이 범용 공인인증서는 유료로 발급을 받아도 평소에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인터넷뱅킹 등 자주 쓰는 서비스는 무료 공인인증서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업계는 큰 불편을 호소했다. 최근 휴대폰 유통 흐름이 바뀌면서 온라인 가입자가 늘고 있는데 본인인증 체계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시행되면서 이통3사는 자체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단장하고 우대정책을 펴기도 했다. LG유플러스 ‘유플러스샵 다이렉트’가 대표적이다. 유플러스샵에서 가입하면 요금을 7% 할인해준다. 다른 할인과 중복적용도 된다. 오프라인 유통비용을 절감해 혜택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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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알뜰폰이다. 이통사는 아직까지 오프라인 비중이 절대적이다. 알뜰폰은 다르다. 온라인 비중이 50% 내외다. 매장에서 가입하고 싶어도 찾기가 쉽지 않다. 자체 오프라인 유통망이 거의 없어 이동통신 판매점이나 편의점 등에서 판다. 선불폰이 주요 상품이고, 그나마도 이통사 제품에 밀릴 때가 많다.

우체국 도움으로 오프라인 비중이 높아진 업체도 있지만, 여전히 온라인 가입을 무시할 수 없다. 자체 홈페이지와 알뜰폰허브, 우체국 알뜰폰 홈페이지 등이 주요 온라인 유통망이다. 불편한 본인인증 체계는 곧 고객감소를 의미한다.

이동통신 업계는 온라인 휴대폰 가입 시 본인인증 수단으로 ‘무료 공인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칙적으로 공인인증서는 모두 유료이기 때문이다. 전자서명법 제15조 4항에 따라 은행권은 이용용도를 인터넷뱅킹으로 제한한 공인인증서를 금융결제원으로부터 받아 고객에게 제공한다. 이는 엄연히 유료다. 은행이 그 비용을 대신 내준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이 모를 뿐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 문제가 걸려 있어 고민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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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은행이 발급한 무료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본인인증을 하는 온라인 서비스도 많다”며 “동일한 방법으로 온라인 휴대폰 개통 시 무료 공인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