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가입자는 어떤 이동통신사업자가 더 통화품질이 좋은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이동통신 커버리지 공개를 의무화하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언제든지 전국 이동통신 서비스 가능 지역(커버리지)과 품질·종류를 커버리지 맵에서 확인하고 합리적으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음영 지역을 줄이고 망을 고도화하기 위한 이통사 투자도 늘어난다.
21일 국회와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정호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사진)이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연기됐다가 지난 8일 몇몇 법안과 개별 처리됐다.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커버리지 공개 의무화가 골자다.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 선택에 필요한 상세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공개 대상인 전기통신 역무 종류, 이용가능지역, 방식 등 구체적 사항은 미래부 장관이 정해 고시한다.
미래부 장관은 정보 제공 현황과 준수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거해 매년 결과를 공표한다. 미래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내달까지 이통사 의견을 수렴해 세부 고시를 마련한다. 법 시행 시점은 오는 7월경이다.
커버리지는 커버리지 맵을 기반으로 각 이통사가 개별적으로 공개한다. 이때 미래부가 매년 발표하는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와 이통사별 데이터를 활용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속도측정 앱에서 수집한 빅 데이터 정보도 쓰인다. 200여 주요 지역 정보만 제공하는 통신 품질평가와는 달리 전국 모든 지역 커버리지가 상세히 공개된다.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커버리지 맵을 활용해 시각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미래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통사와 협의해 커버리지 맵을 제작해왔다. 가입자는 본인이 주로 생활하는 지역에 제공되는 서비스가 광대역 LTE-A인지 3G 서비스인지, 서비스 가능 지역인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최신 통신 기술과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되지만 본인이 이용하는 서비스 상세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게 3밴드 LTE-A(4배 빠른 LTE)다. 이통사는 지난해 초 세계 최초 3밴드 LTE-A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연말 품질평가 결과 서비스 제공 지역은 이통사별로 판이했다. 전반적으로 서비스가 안 되는 지역이 더 많았다.
커버리지 공개는 소비자 알 권리를 충족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돕는 게 목적이다. 이통 서비스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법으로 의무화해 이통사 정보 수집 효율성을 높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우려도 씻어냈다.
자사 서비스 종류와 제공 지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이통사는 커버리지 확대를 위해 망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신규 서비스를 마케팅 용도로만 활용하고 투자를 게을리하는 일이 어려워진다. 통신장비 업계 수익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3밴드 LTE-A 같은 최신 서비스뿐만 아니라 2G, 3G 등 오래된 서비스 가입자가 차별을 받는 일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 기반 통신정책 수립도 용이해진다.
정호준 의원은 “고객은 거대 통신사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광고와 홍보에 의해서만 통신서비스를 선택해왔다”며 “커버리지 공개 의무화로 내 집과 학교, 직장에서 가장 알맞은 통신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됐고 통신사업자 서비스 경쟁도 촉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프랑스, 유럽 여러 국가도 커버리지 정보를 제공한다. 미국은 2002년 미연방통신위원회가 의무 규정을 삭제했지만 이통사가 자발적으로 홈페이지에 커버리지 맵을 공개한다. 음성과 무선통신(4G, 3G, 2G), 와이파이 등 서비스별로 전국 커버리지와 신호 강도를 알 수 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