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렌털폰 서비스를 도입한다. 휴대폰을 1년간 사용하고 반납하면 새로운 휴대폰으로 바꿔준다. 애플이 작년 9월 미국에서 먼저 선보였던 제도다. 이동통신 3사도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해 휴대폰 유통구조에 일대 혁신이 예상된다.
26일 복수의 통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3월 렌털폰 서비스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한 이통사 임원은 “애플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자 삼성이 국내 도입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안다”며 “미국 휴대폰 유통 전문업체 ‘브라이트 스타’와 만나는 등 구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렌털폰 서비스는 1년마다 새 휴대폰을 교체해주는 방식이다. 애플이 지난해 9월 미국에서 도입한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이 방식을 사용했다. 24개월 약정을 맺고 12개월만 할부금을 납부하면, 사용하던 휴대폰을 반납하고 새 제품을 받을 수 있다. 1년마다 새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할부금융사와 보험사가 중간에 개입해 중고폰 잔존가치를 둘러싼 분쟁을 예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업계는 삼성 첫 렌털폰으로 3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S7을 지목했다. ‘최신·프리미엄폰’이라는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중고폰 가치가 높다는 점도 이유다. 국내에서 먼저 선보인 후 미국 등 해외로 진출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해진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도 유사한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전담팀을 꾸리고 서비스 설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통사는 과거 제로클럽·프리클럽 등 ‘단말기 선보상 프로그램’을 선보인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렌털폰과 작동 구조가 매우 유사하다. 렌털폰을 도입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의미다.
렌털폰 서비스가 도입되면 휴대폰 유통구조에 큰 변화가 일 전망이다. 미국은 최근 1~2년 사이 제조사와 통신사가 경쟁적으로 렌털폰을 도입했다. 휴대폰 시장이 포화되고 보조금이 사라지면서 수요창출을 위한 대안으로 렌털폰이 각광받았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20% 요금할인(선택약정)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제조사에서 렌털폰을 구입한 뒤 이통사에 가입하면 20% 요금할인을 받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단말기와 요금제가 분리되는 ‘자급제 시장’이 열리는 효과도 기대된다.
정재훈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와 미국은 휴대폰 유통환경이 달라 단말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효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자주 교체하고 싶은 사용자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