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인수합병(M&A) 바람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M&A로 덩치를 키우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기업이 많아졌다. 산업 성숙에 따른 결과다. 이 때문에 최첨단 반도체 칩 생산, 설계를 맡는 종합반도체(IDM), 설계만 하는 팹리스 업체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후방 산업계엔 부정적이다. 1+1은 2가 아니라 1.5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리스토 푸학카 VLSI리서치 연구원은 26일 세미콘코리아 2016 개막에 앞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10나노급 초미세 공정에 대응하는 반도체 생산, 팹리스 업체가 과거와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며 “이는 지속된 M&A에 따른 결과로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10나노급 로직 공정을 개발하는 종합반도체업체는 인텔, TSMC, 삼성전자, 글로벌파운드리(GF), ST마이크로 정도다. 메모리 분야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도시바 만이 주요 플레이어로 살아남아 있다. 2001년 당시 최첨단 130나노 공정을 개발하던 종합반도체 업체는 30곳이 넘었다.
푸학카 연구원은 “최근에는 최신 공정칩을 양산할 수 있는 공장 하나 짓는데 50억달러 이상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 정도 자본을 갖추고 사업을 이끌어 갈 만한 업체가 지금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팹리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10나노급 칩 설계에 대응하는 업체는 퀄컴, 미디어텍, 엔비디아, AMD 정도다. 첨단 공정칩은 설계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집적 트랜지스터 수가 많고 복잡성이 높아진 탓이다. 이 때문에 성장 한계에 직면한 기업들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M&A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패한 업체는 시장 매물로 나온다.
반도체 업계간 구분도 모호해졌다. IDM 쪽에선 자체 칩과 타사 칩을 혼용 생산하는 모델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와 자체 칩 사업을 병행했는데, 인텔도 최근 이 같은 모델을 도입해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완성품 업체가 팹리스 영역으로 치고 들어오는 상황도 전개됐다. 애플은 스마트폰 생산과 칩 설계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LG전자도 애플과 같은 모델이다. 완성품과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병행한다.
향후 10년 내 중국이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중국은 제조 경쟁력을 확대하고자 정부 차원서 ‘중국제조2025’ 계획을 세웠다. 반도체 분야로 한정해서 보면, 2020년까지 칩 자급률을 40%, 2025년까지 70%까지 늘리겠다는 것이 중국의 생각이다. 중국 지역에 반도체 투자가 몰려들 것이란 의미다. 이미 인텔과 퀄컴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는 중국 지역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거나, 현지 업체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키로 하는 등 공략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한편 지난해 1.3% 역성장을 기록한 반도체 소자 시장은 올해 4.1% 성장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푸학카 연구원은 전망했다. 다만 D램 분야는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