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올해 ‘제2격변기’...업계 재편·고기능 경쟁

올해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이 제 2격변기를 맞는다.

지난해 기업회생을 인가받은 다본다는 올해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해 경영 정상화를 노린다. 팅크웨어는 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을 갖춘 플래그십 모델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린다. 자동차 부품에서 내공을 키워온 엠씨넥스는 LTE 통신 기능을 갖춘 블랙박스로 국내외 시장 확대를 꾀한다. 중국계 펀드가 최대주주가 된 미동전자통신은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블랙박스 제조업체 `다본다` 기업 로고
블랙박스 제조업체 `다본다` 기업 로고

다본다(대표 윤민경)는 올 2월 자사 온라인 마켓을 오픈하고, 1280×720 해상도 HD급 중저가 신제품 ‘터보’를 출시해 경영 정상화에 돌입한다고 31일 밝혔다. 올 상반기 중으로 국내 최초 5인치 터치 LCD 스크린을 적용한 플래그십 모델 ‘자이언트’도 출시한다.

다본다는 지난해 6월 인천지방법원에 기업회생 인가를 신청했고 7개월 만에 승인을 받았다. 2012년까지 업계 1위를 기록했다. 2013년 팅크웨어(아이나비), 미동전자통산(유라이브) 등 경쟁업체 등장으로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집행했고 무리한 가격 할인 정책으로 부실경영에 접어들었다. 2013년 35억원, 2014년 10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지난해 법정관리까지 들어가게 됐다.

다본다 신제품 블랙박스 `터보`
다본다 신제품 블랙박스 `터보`

윤민경 다본다 대표는 “2014년 다본다 대표로 취임했을 당시 재무상태나 연구개발(R&D) 측면에서 어려운 점이 너무 많았다”며 “지난해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올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절치부심’ 했고 제품 경쟁력과 우수한 서비스로 과거 ‘블랙박스=다본다’라는 공식을 다시 한 번 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다본다가 돌아오면서 블랙박스 시장이 다시 한 번 격변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은 사상 최대 규모인 180만여대를 기록했다. 200여개에 달했던 블랙박스 업체는 50여개로 줄면서 혼탁했던 시장도 정리됐다. 올해 시장 규모가 200만대 이상으로 커지지만 업체 수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CES 2016에 참가한 팅크웨어 부스
CES 2016에 참가한 팅크웨어 부스

팅크웨어는 지난해 3분기까지 블랙박스 매출액이 674억원을 기록, 시장 1위 자리를 지켰다. 올해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슈퍼나이트비전 △타임랩스 녹화 등 신기술을 적용한 프리미엄 블랙박스 판매를 강화해 경쟁사와 차이를 벌린다는 방침이다. 올해 초 ‘CES 2016’에도 참가해 미국 시장 진출 기틀을 닦았다.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 10여개 국가도 추가적으로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엠씨넥스는 이미지센서와 영상에서 확보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블랙박스 시장을 겨냥했다. 아이클론 이름의 블랙박스는 단순히 영상만 찍어 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앞차와 거리를 인지해 경고를 해준다. 차선을 인식해 이탈 시 알려준다. 세계 최초 통신형 블랙박스 L7도 있다. 세계 최초로 음장보안솔루션을 탑재해 차량 도난 침입을 스마트폰으로 알려준다. 주차 중 충격 발생 시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모델이다.

업계 2위인 미동전자통신은 지난해 최대주주가 중국계 펀드인 ‘상하이유펑인베스트먼트’로 바뀌었다. 창업주인 김범수 대표는 경영권은 넘겼지만 2017년까지 대표직을 유지하며 중국 블랙박스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상하이유펑인베스트먼트는 장쑤신세기투자발전그룹(신세기그룹)이 대주주다. 신세기그룹은 관계사를 통해 중국 내 주요 장거리 버스 예매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유통망 확보에 힘을 실어 줄 전망이다.

파인디지털 프리미엄 블랙박스 `솔리드500`
파인디지털 프리미엄 블랙박스 `솔리드500`

블랙박스 시장 진출이 늦었던 파인디지털은 올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4억4770만원. 블랙박스 시장에 후발주자로 동참해 점유율을 확대할 마케팅 비용 증가에 이익이 감소했다. 올해는 ADAS, 증강현실(AR) 등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해 실적을 회복한다는 목표다. 북미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누적 자동차 숫자가 2200만대를 돌파했지만 여전히 차량용 블랙박스 보급률은 30% 선에 불과하다”며 “다른 회사 기술을 카피한 제품이 난립했던 시장이 지난해 한차례 정리됐고 올해는 ADAS, 야간촬영, AR 등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출시되면서 시장이 다시 한 번 격변기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