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가시광선을 이용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메타물질 광전극’을 개발했다.
햇빛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시광선을 물 분해에 활용한 전극이다. 기존에 나온 자외선 기반 광전극보다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개발 주역은 백정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와 이재성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이헌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신종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이하 백 교수팀)이다.
이 광전극은 물에 넣으면 태양빛을 받아들여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한다. 기존에 발표된 광전극과 원리는 같지만 물 분해에 ‘메타물질’을 활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성질의 인공물질이다. 전자기파나 빛에 대한 물리적인 성질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투명망토를 만드는 물질로도 알려져 있다.
백 교수팀의 메타물질은 ‘금속-유전체-금속’ 구조다. 금(Au) 필름을 맨 아래층에 깔고, 가운데에 전기를 유도하는 유전체 이산화티타늄(TiO₂) 필름, 위층에는 금 나노입자를 올렸다.
백 교수는 “금속-유전체-금속 형태의 수직형 메타구조를 산소 생산용 광전극에 활용한 첫 시도다. 태양광의 약 40%를 차지하는 가시광 영역의 에너지를 95% 이상 흡수할 수 있다”며 “기존 TiO₂ 기반 광전극이 흡수하지 못했던 가시광 영역 태양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연구 성과”라 설명했다.
메타물질 구조체는 금으로 이뤄진 기판 위에 원자층 증착법(Atomic layer deposition, ALD)으로 TiO₂박막을 만들고, 그 위에 금속 입자를 씌우는 방법으로 제조됐다. 이렇게 만든 구조물 안쪽에는 부분적으로 전기장이 30배 이상 확대된다. 이를 적용한 광전극은 기존 TiO₂ 박막 기반 광전극보다 2.3배 이상 증가한 전류가 흐른다. 전체 전류 중 25% 이상이 가시광 영역의 태양에너지를 흡수한 결과다.
이 수직형 메타물질 구조체는 별도의 복잡합 공정이 필요없어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 있다. 대면적 제작도 가능해 향후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물 분해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백 교수는 “광전극 뿐 아니라 유기물 분해, 유해 성분 감지, 태양전지 등에 응용할 수 있다”며 “광전극 효율 향상을 위해 전하 분리 기술, 부촉매 제조 기술과 나노임프린트 공정을 개발하고, 이를 결합해 대면적 메타구조 제조 기술을 구현해 내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최근 ‘나노 에너지’ 온라인 판에 실렸고, 3월호에 출판될 예정이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