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지카바이러스 공포 확산, `재고 부족` 혈액 수급 영향 미칠까

세계적으로 지카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방역당국이 긴급 대응조치에 나섰다. 최악의 사태를 면한 국내 혈액 수급에도 빨간 불이 켜질지 우려된다.

3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지카바이러스 감염병 우려가 확산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과거 신종 감염병 발병이 확산될 때마다 빨간불이 켜졌던 혈액 수급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카바이러스는 뎅기열 등 열성 질환을 유발하는 플라비 바이러스에 속한다. 1947년 우간다 지카 숲에 있는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이집트숲모기가 전염시킨다고 알려졌다. 3~14일간 잠복기를 거쳐 발열, 발진, 관절통, 눈충혈 등을 유발한다. 세계적으로 사망 사례는 보고되지 않지만 임신부가 감염되면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한다고 보고된다.

지카바이러스 전염병 발병 국가
지카바이러스 전염병 발병 국가

지카바이러스 감염병은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첫 보고된 이후 현재까지 총 24개국에서 발병했다. 주로 중남미 국가에서 발병하지만 태국 등 아시아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바이러스 확산 심각성을 인지해 국제 보건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까지 의심환자 5명이 신고 됐다. 3명은 음성으로 나타났고, 2명은 검사 중이다. 방역당국은 확진환자가 나오지 않아 감염병 위기 경보수준을 ‘관심’ 단계로 유지했다. 외국인과 해외 여행객을 대상으로 관리를 강화했다. 지카바이러스를 제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신고·검사 기준도 마련한다.

방역당국이 강력한 초기 대응에 나서지만 불안감은 확산된다. 지난해 겪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으로 신종 감염병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이집트숲모기
이집트숲모기

일반적으로 지카바이러스는 이집트숲모기가 주요 매개지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도 전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혈 등 혈액을 통하거나 성관계로 병을 옮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건당국은 해외 여행객에게 입국 후 한 달간 헌혈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때문에 간신히 최악 사태를 면한 혈액 수급에 불똥이 튈까 관계 기관은 예의주시한다.

연도별 1월 헌혈 횟수
연도별 1월 헌혈 횟수

과거 신종플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이 발병할 때마다 헌혈 횟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 중순에는 혈액 재고량이 1.9일분까지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재고량 안정수준은 5일분이다. 1월 전체 헌혈자 수도 전년동기 대비 1만명 이상 줄었다. 학교가 방학하는 계절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메르스 사태로 헌혈이 대폭 줄었는데, 종식 후 수요가 몰리면서 재고가 거의 동났다.

혈액(적혈구제제) 보유 현황
혈액(적혈구제제) 보유 현황

현재 혈액 재고량은 안정수준에 근접한 4.8일분이다. 재고량이 바닥을 보이면서 기관, 학교, 기업 등에 헌혈을 독려한 탓이다. 관계기관은 지카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지만 혈액 수급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메르스처럼 국내에 대규모로 창궐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집트숲모기는 국내에 서식하지 않는다. 또 다른 매개인 흰줄숲모기는 겨울철이라 성충이 없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정부 발표처럼 지카바이러스가 국내에 대규모로 발병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과거 신종플루, 메르스 등으로 헌혈이 급격히 줄어든 사례는 있지만, 현재 지카바이러스로 헌혈을 기피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국내 발병 가능성을 열어두고 혈액 안전관리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여전히 혈액 재고량이 불안정한 만큼 이번 사태가 혈액 수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홍보활동도 강화한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발병 가능성이 낮더라도 외국인이나 해외 여행객 헌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헌혈 시 지카바이러스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