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말부터 선진 산업사회에 등장하기 시작한 벤처기업은 혁신 DNA를 무기로 기술혁신을 주도하면서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고용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국민경제 기여도가 크다고 평가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중반 이후 컴퓨터, 정밀기기, 정보산업 등을 중심으로 시작된 혁신기업의 활약이 돋보였다.
2014년 기준 매출액 1000억원 벤처기업군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벤처기업 매출액 증가율 및 영업이익률은 각각 8.2%와 6.9%로 대기업(0.6%, 4.6%), 중소기업(4.6%, 4.2%)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연매출액은 100조원으로 현대차(150조원)나 LG(116조원)와 대등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고용증가율 또한 중소제조업(1.4%)과 대기업(2.1%)보다 높은 3.1%를 기록하며 벤처기업이 한국경제 성장동력일 뿐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생산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나타났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침체된 경제와 청년실업을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로써 혁신기업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는 이유다.
정부는 이러한 혁신기업의 중차대한 국민경제적 역할을 인식하며 벤처·창업 붐 조성을 창조경제 핵심 개혁 과제로 선정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규제개혁, 세제지원 등 정책 지원에 힘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15년 벤처기업 3만개 시대가 개막됐다. 벤처투자액 또한 사상 최고치인 2조원을 넘어섰다. 외형 성장에도 우리나라 혁신기업 생태계는 여전히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이 문제일까. 혁신기술 상품화 미흡, 모험기업 투자 인센티브 부족, 벤처기업 인수합병(M&A) 같은 자본시장 측면 지원 미흡 등 여러 원인이 거론된다.
혁신기업 본질을 이해하는 데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혁신기업은 사업 본질상 세상에 없는 상품, 시장, 경영 방식을 추구하면서 기업가와 투자자·채권자 간 극단의 정보 비대칭이 존재한다. 일반 시장 원리로는 정보 비대칭을 쉽사리 해소하지 못해 혁신 활동 총량이 경제 발전 수요에 비해 부족하게 된다. 정부는 벤처인증제도와 벤처투자정보센터 등을 활용해 정보 비대칭을 줄이거나 정보비대칭에 의한 자금 갭(gap)을 해소하고자 혁신기업에 직·간접으로 정책자금을 지원한다.
그러나 정부 개입은 또 다른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혁신기업 지원 부족, 비혁신기업에 대한 과잉투자, 벤처기업의 정부 의존 심화와 같은 정책 실패 현상이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시장과 정부 실패가 어우러져 벤처기업 신뢰가 저하되고 민간투자를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에 따라 대다수 벤처기업은 엔젤과 같은 민간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보다 공적 보증을 이용한 대출이나 정부 정책자금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해 한국예탁결제원은 혁신기업 지원을 정보비대칭 완화에 초점을 뒀다. 직접지원보다는 혁신기업 생태계 조성 지원에 치중하고 있다.
먼저 투자자에게 비상장 혁신기업의 객관적 기업 정보와 증권 정보를 세이브로(SEIBro: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서 제공하고 있다. 둘째 중소·벤처기업에 찾아가는 서비스로 주식발행업무·주주관리업무 교육을 제공함은 물론 IR114(온라인 기업설명회 지원시스템)로 기업이 투자자에게 쉽게 다가가 기업설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셋째 크라우드펀딩을 지원하는 크라우드넷(CrowdNet)을 운영, 초기 벤처기업 및 창업기업이 온라인에서 소액투자자로부터 사업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계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 국면에서 탈피하고자 한편에서는 구조조정, 다른 한편에서는 혁신활동으로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경제 체질 강화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창조경제 구축을 국가 과제로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자본시장 핵심 서비스 기업인 한국예탁결제원 혁신기업 지원 서비스가 정부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에 윤활유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ceo@ks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