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이 애플의 재판 관할권 행사 남용에 제동을 걸었다. 애플이 ‘홈그라운드’ 잇점을 활용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일 산케이신문은 15일 일본 도쿄지방법원이 국제 재판 관할을 둘러싼 애플과 시마노제작소 합의는 무효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16일 보도했다. 법원은 시마노가 애플에 약 100억엔 배상을 요구한 소송에서 ‘분쟁은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해결한다’는 양사 합의가 유효하지 않다고 결정했다.
치바 카즈노리 재판장은 “양사 합의는 합의가 성립하는 법적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 무효”라고 판단, 일본에서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국제 재판 관할권을 둘러싼 기업간 합의를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처음이다. 향후 기업 간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마노는 “합의는 독점 금지법이 금지한 ‘우월적 지위 남용’ 행위에 의한 것으로 부당하다. 국내에서 심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일본에서 소송은 합의에 반하여 무효”라고 반박했다.
치바 재판장은 “관할 합의는 국제 사건도 일정한 법률 관계에 근거해서 맺어진 것이 아니면 무효”라고 결정했다. 이어 “양사 합의는 ‘계약 내용과 관계 유무 등에 관계없이 모든 분쟁은 캘리포니아 법원이 관할한다’고 정해져 너무 광범위하다”고 무효판결 배경을 밝혔다.
이날 판결로 시마노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심리는 도쿄 지방 법원에서 진행된다.
시마노는 2012년 전원 어댑터 핀을 애플에 납품하고 증산 요구를 받아 설비 투자를 실시했지만 애플은 발주량을 크게 줄였다. 시마노가 거래량 회복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애플은 납품가를 반으로 낮추자고 압박했다. 이미 납품된 재고 부품에도 가격 인하 분을 적용한다며 차액 약 159만달러를 환불할 것을 요구했다. 시마노는 부당 판매단가 인하와 환불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해 8월 우월적 지위를 남용, 독점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애플을 제소했다.
산케이는 거래처 대기업과 분쟁으로 하청 기업이 대기업이 정한 외국 법원에서 불리한 재판을 강요당하는 사태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독점 금지법 위반 등 불법 행위를 해도 합의가 있기 때문에 부담이 큰 해외에서 재판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