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로 장기를 만들고, 3D프린팅 기술로 줄기세포를 대량 생산하는 재생의학 시대가 다가왔다. 인체 장기를 자유롭게 구매해 장착하는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화되는 것도 멀지 않은 느낌이다.
김정범 UNIST(울산과기원) 생명과학부 교수(41)는 생명공학계의 ‘뜨거운 감자’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신진 연구자다.
김 교수는 10년 이상 난치성 및 퇴행성 질환 치료를 위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제와 생체 소재’를 연구했다.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난치병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있는 약물 스크리닝 및 독성검사용 질병 세포모델도 연구 중이다.
그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상용화되면 생명, 기계, 전기, 광학 분야 등 여러 분야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며 “안전한 줄기세포를 개발해 척수 손상 등 난치병 치료 시대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성과는 그래핀 위에 인간 역분화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기술이다. 기존 세포 배양법의 한계였던 감염 위험성 없이 질병 치료에 사용할 줄기세포를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배양법은 쥐나 인간에서 채취한 ‘지지세포’나 ‘세포 외 기질’이 반드시 필요했다. 문제는 동물에서 얻은 물질과 함께 배양한 세포는 환자에게 치명적인 감염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합성고분자 물질을 이용한 배양법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세포 접착을 위해 세포 외 기질을 추가 사용해야 했다. 세포 배양 시 합성고분자 물질이 분해되기도 해 장기간 배양이 어려웠다. 제작 과정에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도 단점이다.
그래핀은 탄소 소재로 열이나 전기 전도성이 좋고, 전기·물리·생리화학적 특성이 우수하다. 생체에 적합한 물질 특성이 알려지면서 조직공학이나 바이오 분야에서 그래핀을 이용한 성체줄기세포 배양이나 분화 유도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래핀만을 이용해 인간 역분화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것은 김 교수가 처음이다.
그는 발암 가능성이 없는 환자 맞춤형 척수 신경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이 줄기세포는 피부 세포에 ‘Oct4’라는 유전자를 집어넣어 척수 신경 세포로 곧바로 분화하기 때문에 면역 거부 반응이나 암세포 등 기형종이 나타날 우려가 없다.
김 교수는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지원 아래 ‘IT·SW융합산업원천기술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5년간 65억원 연구비를 투입해 신경계 환자 맞춤형 치료를 위한 ‘바이오 3D프린팅 기술’을 개발한다. ‘바이오 3D프린팅 기술’은 척수세포를 제작해 3D프린터로 찍어낸 후 손상된 부위에 이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자가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줄기세포의 대량 생산이 목표다. 대량 생산한 줄기세포를 바이오 3D프린팅 기술과 접목해 환자 맞춤형 조직 제작 기법을 개발할 것”이라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