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중국이 부리고 돈은 퀄컴이 번다

재주는 중국이 부리고 돈은 퀄컴이 번다

퀄컴이 레노버와 무선통신 기술 특허 사용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퀄컴은 중국 5대 휴대폰 제조사와 1년 가까이 끌어온 특허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스콧 오퍼 레노버 법무 자문위원은 “이번 계약은 퀄컴과 레노버가 중국과 세계에서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레노버는 퀄컴 3G·4G 무선통신 기술을 중국 내 판매하는 모토로라 휴대폰에 탑재할 수 있게 됐다. 레노버는 지난 2014년 구글 자회사였던 레노버를 인수했다.

지난 1년 간 퀄컴이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잇달아 유사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퀄컴 특허 라이선스 정책 변경 영향이 크다. 퀄컴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지난해 2월 특허권 남용을 이유로 자사에 과징금 9억7500만달러를 부과하자 정책을 변경했다. 골자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구입과 통신 특허 사용료 계약을 분리한 것이다.

재주는 중국이 부리고 돈은 퀄컴이 번다

당시만 해도 퀄컴은 AP를 구입하는 기업에 한해 무상으로 통신 특허를 제공했다. 특허를 무기로 칩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중국 정부 조치는 결과적으로 퀄컴에 독이 아닌 득이 됐다. AP 값과 통신 특허 사용료를 따로 받기 때문이다. 추가 부담은 고스란히 퀄컴 주머니로 들어간다. 게다가 중국 제조업체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조사를 이유로 미뤄왔던 로열티까지 내야하는 상황이다.

퀄컴은 과징금 부담은 여전하지만 중국 내 수입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퀄컴은 특허 사용 계약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2014년 특허권 사용료 부문에서만 66억달러 이익을 냈다. 지난해 3분기 실적보고에 따르면 특허권 사용 계약으로 벌어들인 금액 중 절반이 중국에서 나왔다.

물론 화웨이처럼 자체 AP를 가진 업체는 통신 특허료만 내면 된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독자 AP나 통신 특허가 없는 샤오미 같은 후발 기업이다. 특허료 부담이 원가에 반영돼 가격경쟁력을 일부 잃을 수도 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