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한국과 중국에 출시할 갤럭시S7과 갤럭시S7 엣지 전면에 ‘삼성(SAMSUNG)’ 레터마크(로고)를 삭제한다. 지난해 일본에서 첫 시도한 ‘삼성 로고 감추기’ 전략의 연장선이다. 갤럭시 브랜드 강화와 현지 소비자 특성에 맞는 스마트폰 사업 일환으로 해석된다.
24일 삼성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1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제품 공개(언팩) 행사를 가진 뒤 세계 법인 홈페이지에 갤럭시S7과 갤럭시S7 엣지 사진을 공개했다. 미국, 영국, 스페인 등 서구권에서는 제품 전면 상단에 삼성전자 로고가 있는 반면에 한국, 일본, 중국에서는 이를 제외했다. 뒷면에만 문구를 남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일본 시장에 공급한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에 휴대폰 사업 진출 이후 처음으로 자사 로고를 지웠다. 일본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 소니 엑스페리아 등에 밀린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삼성전자 일본법인(SEJ)은 제품, 광고, 협찬, 온라인 등 모든 대외 활동에서 삼성을 지운 채 ‘갤럭시(Galaxy)’로만 마케팅을 진행했다.
갤럭시S6를 비롯한 프리미엄 제품군 외에 갤럭시A8, 갤럭시액티브네오, 기어S2 등 보급형, 웨어러블 제품군에서도 같은 전략이 쓰였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시장조사업체 IDC재팬 조사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출시 전인 지난해 1분기 5.2%이던 점유율을 4월 출시 후 2분기 12.0%로 끌어올렸다. 697만대에서 608만대로 전체 시장이 줄어든 가운데 거둔 성과였다.
한국과 중국에서도 같은 전략을 쓰기로 한 건 양국 시장 내 점유율 감소,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자 성향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6가 대화면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한 데다 중국 업계가 중저가 시장을 차지하면서 삼성전자 위상은 이전보다 하락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는 1위를 유지했지만 중국에서는 5위 밖으로 밀려나며 ‘기타’군에 묶이기까지 했다.
전면에 로고를 새기지 않는 애플 정책이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은 점도 반영됐다. 지난해 일본향 모델 디자인 공개 후 국내향에 이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22일(현지시각)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S6에서 소비자가 아쉬워하는 부분을 갤럭시S7에 모두 반영해 경쟁력을 갖췄다”며 디자인, 기능을 비롯한 갤럭시S7 개발 과정을 소개했다.
다만 일본향과 달리 후면에 ‘SAMSUNG’ 문구를 그대로 둠으로써 ‘삼성전자 제품’ 정체성은 남겼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