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계의 자존심 샤프가 결국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손에 넘어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샤프가 임시 이사회를 열고 홍하이의 총 7000억엔(약 7조7167억원) 규모 지원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사회는 홍하이와 민관투자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안을 검토한 결과 홍하이가 제시한 회생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홍하이는 애플 아이폰 제조사로 잘 알려진 중국 폭스콘의 모회사다.
이번 결정으로 창업 100년이 넘은 일본 대표 전자업체 샤프는 매출액 15조엔(약 165조원)대의 거대 외국 업체로 편입된다. 일본 전자 대기업이 외국 기업에 인수되는 것은 처음이다. 샤프는 홍하이의 자금 지원을 받아 부진한 LCD와 가전 등 주력 사업을 강화하고 경영 재건에 나선다.
신문에 따르면 홍하이는 샤프에 7000억엔 규모 지원을 제안했다. 샤프는 이를 확실히 이행하도록 홍하이에 중도금으로 보증금 1000억엔을 요구했고, 홍하이는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하이의 경쟁 상대이던 INCJ는 샤프에 3000억엔을 출자하고 성장자금으로 2000억엔을 융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INCJ가 최대 3500억엔 금융 지원을 요청한 주거래 은행은 난색을 표했다.
샤프가 홍하이와 손을 잡으면서 샤프를 액정 등 사업 부문별로 해체하는 방식으로 일본 전자업계를 재편하려던 일본 정부의 구상도 무산됐다.
샤프 인수로 홍하이는 디스플레이 강화가 예상된다. 샤프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및 태블릿용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업체 가운데 하나다. 세계 최대 규모 10세대 LCD 공장도 보유하고 있어 삼성, LG디스플레이 등 국내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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