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은 지난해 공익근무요원 소집해제 조건 가운데 하나인 ‘게임중독’을 규정에서 삭제했다. 2010년에 관련 규정을 만든 뒤 단 한 명도 게임중독으로 인한 병역면제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 병무청 관계자는 “게임중독을 판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소집해제 조건에서 뺐다”고 설명했다.
판정 기준 외에 삭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게임중독으로 군대에 가지 않을 수 있다면 이는 어떤 것보다 쉬운 병역면제 합법 루트가 될 수밖에 없다. 게임중독은 적어도 현 시점에선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게임중독 소집해제 번복 사건은 우리 사회가 게임을 얼마나 가볍고 거칠게 다루는지를 잘 보여 준다. 게임은 종종 폭력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정부가 이 산업을 다루는 시선과 손길도 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 게임중독 질병코드화는 그래서 섣부르다. 게임과 중독 사이의 명확한 상관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 게임중독으로 불리는 사례를 정신병의 하나로 판단하는 것은 좀 더 정교한 고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중독현상이 만연하다면 개인을 넘어 가정 및 사회 차원에서 분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먼저다.
복지부는 게임중독 질병화를 추진하면서 68만명의 인터넷·게임중독자로 인해 5조4000억원의 사회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방식이 검증되지 않은 설문조사 수준의 연구라는 지적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수십만명을 근거 없이 환자로 만들고, 사회 비용을 인질로 삼아 예산을 확보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게임의 부작용을 부정할 순 없다. 새로운 서비스는 그림자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해결하는 과정이다. 충분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부작용을 병으로 낙인찍고 치료하면 된다는 2차 방정식은 철 지난 처방에 불과하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