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회장과 은행장 동반 사퇴를 촉발한 KB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사업이 2020년을 기점으로 IBM메인프레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은행이 IBM과 추가 계약을 하지 않으면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은 2020년 국내 금융권에서 사라지게 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IBM 주전산기 계약 종료 시점인 2020년 이후의 차기 전산시스템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세부적으로 IBM과 재계약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4월 ISP/PI 컨설팅에 착수해 올 연말까지 주전산기 플랫폼 사업자 선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금융사들이 유닉스 계열로 대거 이전하면서, 전향적인 검토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IBM과 마찰도 앙금으로 남아 있다. 지난 2014년 KB국민은행이 주전산기 교체 사업을 추진하면서 임영록 회장 진영이 유닉스 계열로 결론을 내리자 이건호 전 행장과 정병기 감사 측이 무효라며 폭로전을 벌였다.
이 사건은 셜리 위 추이 전 IBM 지사장이 이건호 전 행장에게 이메일로 메인프레임을 계속 써 달라고 간접 청탁을 하면서 사회 문제로까지 파장이 커졌다. 이후 회장과 행장이 동반 사퇴했고, 결국 윤종규 회장 취임 후 IBM을 주전산기 사업자로 재지정했다.
IBM을 주사업자로 재지정하면서 꾸려지던 주전산기 사업검토위원회도 현재 운영되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과 IBM 간에 쌓여 온 협력 구도가 사라진 셈이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현 계정계 시스템을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우리은행 이사회는 사용하고 있던 주전산기를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서버로 교체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SC은행이 현재도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차세대 시스템이 아닌 수년 전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신규 IT금융 투자로 볼 수는 없다.
우리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까지 유닉스 서버 전환을 확정하면 국내 금융권에서 IBM메인프레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