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알파고`가 이겼다...186수만에 이세돌에 불계승

예상 뒤업고 186수만에 이세돌에 불계승

이세돌 9단(오른쪽)과 알파고 돌을 놓는 아자 황 대리기사가 대국을 시작했다. <사진 구글>
이세돌 9단(오른쪽)과 알파고 돌을 놓는 아자 황 대리기사가 대국을 시작했다. <사진 구글>

인공지능이 바둑에서 186수만에 인간을 이겼다. 인공지능은 기존 기술 한계를 뛰어넘는 돌을 놓았다.

구글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는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벌어진 이세돌 9단과의 1국에서 186수만에 불계승했다. 지난 1997년 IBM ‘딥 블루’가 세계 체스챔피언을 꺾은 이후 20여년만에 일어난 지각변동이다.

알파고는 초반 대국에서 이 9단과 팽팽한 대결을 펼치다 점차 우세를 잡았다. 종종 실착이 있었지만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대국을 이어갔다. 인간이 아닌 컴퓨터이기에 가능한 흐름이었다. 당초 예상보다 강한 실력을 보였다. 이 9단은 대국 시작 후 3시간 30분만에 돌을 거뒀다.

이 9단은 최선을 다했지만 우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판을 내줬다. 박정상 9단은 “이 9단이 초반에 알파고 실력을 파악하지 못해 조금 방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반 이후 우하귀에서 실리를 많이 잃은 것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프로기사들은 분석했다.

이 9단의 우세를 점친 바둑인과 IT업계도 알파고 승리로 대국이 마무리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기원 측은 “알파고는 인공지능인 만큼 감정 변화가 적고 냉철한 면이 경기에서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세돌 9단 <사진 구글>
이세돌 9단 <사진 구글>

이날 대국은 세기의 대결로 불릴 만큼 큰 관심 속에 시작됐다. 국내외 취재진 수백명이 모였다. 구글 유튜브를 비롯해 국내 지상파와 주요 인터넷방송에서 생중계됐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과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 등 구글 주요 경영·기술진이 대국장을 찾았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정·관계 인사도 방문했다.

알파고와 이 9단 대국은 세계 인공지능 기술 발전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이벤트다. 인공지능은 1980~1990년대 IBM ‘딥 블루’와 ‘왓슨’을 필두로 인간 영역에 도전했다. 세계 체스챔피언을 꺾은 데 이어 복잡한 사고가 필요한 퀴즈왕 자리도 취했다.

이세돌 9단(오른쪽)과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사진 구글>
이세돌 9단(오른쪽)과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사진 구글>

바둑은 기존 체스, 퀴즈게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흰 돌과 검은 돌을 번갈아 두는 단순한 규칙과 달리 결과는 천문학적인 경우의 수를 낳는다. 체스와 비교해도 10의 100승 이상 많다.

바둑은 복잡성으로 인해 인공지능이 넘보기 힘든 영역으로 여겨졌다. 알파고는 지난해 유럽 챔피언을 이긴 데 이어 이 9단이라는 상징적 고수와 대결하면서 기존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한계를 극복했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와 과학계는 승패를 떠나 인공지능 발전 가능성에 주목했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과 맞물려 미래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기술이다. 인공지능에 모아진 관심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연구개발(R&D)과 투자 강화로 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알파고는 그동안 기계가 가진 학습 한계를 뛰어넘는 사례”라면서 “독자적인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구글의 독보적인 하드웨어 운용기술이 만나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 온 바둑에서 인간과 대등한 역량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오른쪽)과 알파고 돌을 놓는 아자 황 대리기사가 대국을 시작했다. <사진 구글>
이세돌 9단(오른쪽)과 알파고 돌을 놓는 아자 황 대리기사가 대국을 시작했다. <사진 구글>

알파고와 이 9단은 10일 같은 곳에서 두 번째 대국을 벌인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