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첫 바둑 대국에서 패한 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에 존경을 표했다. 인공지능이 바둑에서 인간 최고수와 대등한 능력으로 올라왔다고 인정했다.
이세돌 9단은 9일 알파고와 대국 ‘구글 챌린지매치’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너무 놀랐다. 진다고 생각 안 했는데 초반 실패가 끝까지 이어질지 몰랐다”며 “알파고가 이렇게 완벽하게 둘지 몰랐다. 이런 프로그램 만든 분들께 깊은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초반에는 알파고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잘 풀어냈다”며 “나중에는 서로 어려운 바둑이라고 생각했는데 승부수가 나왔다. 수읽기에 자신 없다면 도무지 둘 수 없는 수가 나와 놀랐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9단은 알파고와 대국에서 186수만에 불계패했다. 초반 포석에서 흔들기를 시도했지만 알파고는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중반 실수도 범했지만 과감한 공격으로 이 9단 실수를 공략했다. 이번 알파고 승리로 인공지능 발전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다. 바둑은 인공지능 60여년 역사에서 해결치 못한 과제로 지적됐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오늘은 역사적 순간이다. 알파고가 승리해 기쁘다”며 “창의적이고 전투적인 기풍을 보여준 이 9단을 존경한다”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실버 구글 딥마인드 리서치 매니저는 “대전 순간순간 알파고가 한계치까지까지 능력을 발휘해야 했다. 정책망과 가치망을 사용하는 알파고 한계를 시험해보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알파고는 기계 특유의 침착함과 인간 지능 모방이 더해져 이런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알파고는 수많은 기보를 학습해 스스로 원리를 깨우쳤다. 정책망과 가치망이라는 두 신경망으로 인간 직관을 흉내 냈다. 불리한 형국에서 시종일관 동일한 능력을 보였다.
이 9단은 이번 대국 패배 뒤 알파고 바둑 실력이 대등하다고 인정했다. 승리를 장담하던 기존 태도를 수정했다. 그는 “충격적이지만 즐겁게 뒀다. 알파고와 대국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며 “이제는 승률이 5대 5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판후이와 달리 세계대회 우승경험이 많아 이번 패배로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하사비스 CEO는 “막상막하 긴장되는 대전이었다. 앞으로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이 9단이 새로운 전략과 시도를 들고 나올 것이다. 알파고가 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