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자정부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틈을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이 노린다.”
옛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 차관을 지낸 김남석 우즈베키스탄 정보통신기술발전부(MITC) 차관이 국내 전자정부 수출기업과 지원기관에 던진 쓴소리다.
김 차관은 한국 전자정부 역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1980년대 1차 전산망 기획사업에 참여했다. 2000년대 전자정부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전자결재·문서유통시스템 ‘온나라시스템’ 개발을 주도했다. 2006년 ‘올해의 CIO’ 대상을 수상했다.
김 차관은 2011년 행안부 차관직에서 물러난 뒤 2013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같은 해 우즈벡 정부 차관으로 임용됐다. 교류·파견 인사가 아닌 말 그대로 우즈벡 공무원이 됐다. 한국 공무원이 해외 정부 차관급으로 정식 임용된 것은 처음이었다. 김 차관은 우즈벡 정부 요청으로 지난달 1년간 임기를 재연장했다.
최근 한국을 찾은 김 차관은 전자신문 인터뷰에서 국내 전자정부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중소기업을 살리려는 대기업 공공 소프트웨어(SW)사업 참여 제한 정책이 전자정부 수출 사업에는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김 차관은 “해외 전자정부 발주기관은 사업자 선정 시 기업 인지도와 사업 경험을 중시한다”며 “한국 IT기업은 인지도는 높지만 레퍼런스 사이트가 없어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해외 발주기관은 글로벌 인지도를 갖춘 대기업을 원하지만 정작 이들 대기업은 국내 전자정부 사업 실적을 쌓지 못해 경쟁에 참여하지 못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자정부 수출은 지난 수년간 성장률이 하향세다. 2011년 50%대에서 2012년 30%대, 2013년 20%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증가율은 12%로 2014년(13%)에 이어 10%대에 머물렀다.
김 차관은 “한국 기업이 규모가 큰 세계은행(WB)·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이 지원하는 개도국 전자정부 사업 기회를 잡기 힘들다”며 “수출용 사업에 한해서라도 대기업 참여 제한을 완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 IT기업이 자금력을 앞세워 개도국 전자정부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한국 기업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해외 진출 기업이 단기 수익에 급급하지 말고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차관은 “개도국 전자정부 사업은 지금 1~2년보다 향후 5~10년이 더 중요하고 크다”며 “최근 우리 기업이 지나치게 단기적 관점에서 사업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임기를 연장한 김 차관은 올해 ‘한·우즈벡 공개SW포럼(가칭)’ 구성을 추진하는 등 양국 IT 교류 활성화에 힘쓴다. 그는 “한국이 급속한 IT시스템 확장 과정에서 일부 글로벌기업 솔루션 종속이 심해져 어려움을 겪은 것처럼 우즈벡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며 “공개SW 분야 교류로 양국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자정부 연도별 수출 실적 (단위:만달러, %) 자료:행정자치부>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