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열풍이 산업지도를 바꾼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총성 없는 글로벌 전쟁이다. 우리 정부도 AI 응용과 산업화를 위한 ‘속도전’에 나선다. AI 응용·산업화 추진단을 발족하고 전문 연구소를 설립한다.
14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은 AI를 비롯해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기술 등을 중심으로 생산·소비 분야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대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주요 화두로 제기됐다. 4차 산업혁명 핵심 과제로 꼽히는 AI 기술 경쟁은 이미 달아올랐다.
IBM은 일찍이 ‘왓슨’과 ‘딥블루’로 기술 구도를 선점했다. 구글은 알파고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자동차, 머신러닝 프로그램 등으로 AI에 독자 영역을 확보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지난해 매사추세츠공대(MIT) AI 연구에 1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흡하다. 정부와 기업 일부가 AI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규모나 성과 측면에서 글로벌 기업에 못 미친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국내 AI 기술 수준은 지난해 기준으로 선진국에 비해 2.6년 격차를 보인다.
서병조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은 “AI 기반의 기술혁신이 산업, 고용, 서비스, 삶의 방식 등 전반에서 근본적 혁명을 유발할 것”이라면서 “기존의 제조업, 서비스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알파고 열풍이 늦게나마 국내 AI 연구개발(R&D)과 투자에 ‘트리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먼저 움직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관섭 제1차관 주재로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산·학·연 전문가들과 ‘인공지능 응용·산업화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차관은 “AI 응용·산업화는 선진국도 아직 초창기 단계로 발전 여지가 크다”면서 “지원을 강화하고 과감한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민·관이 함께 △기술개발·사업화 △전문 인력 양성 △AI 활용에 필수인 데이터 확보 지원 △AI 확산 위한 사회 공감대 마련 등을 추진한다.
AI R&D 지원도 대폭 확대한다. 기존 로봇, 자율주행차, 드론 분야 R&D 자금 규모를 연간 130억원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늘린다. ‘인공지능 응용산업화 추진단’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설치한다.
AI 고급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전국 주요 대학 우수 연구팀을 선발하고 산업화 원천기술 R&D 자금을 지원한다. 대학과 중소·중견기업 컨소시엄으로 인력을 배출하고 이를 채용으로 연계한다.
사회공감대 형성을 위한 정책도 펼친다. AI 확산에 따른 고용 불안을 극복하고 윤리 문제 소지를 없애기 위해 민간자문위원회를 발족한다.
이에 앞서 미래창조과학부도 AI 기술을 활용한 ‘지능정보사회’ 구현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미래부는 올 상반기에 민간 기업으로 구성된 ‘지능정보기술연구소’ 설립을 지원한다. 플래그십 R&D프로젝트로 기술 경쟁에 뛰어든다. 기술 발전이 가져올 사회·경제 변화에 대응하는 ‘지능정보사회 플랜’도 수립한다.
정부 정책의 효과를 높이려면 민간 생태계 활성화와 규제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기술 개발보다 오픈소스를 활용한 챌린지 프로젝트가 생태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AI의 토양이 되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분야 규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
<미래창조과학부 지능정보사회 추진 방향(자료: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인공지능 응용·산업화 주요 정책 과제(자료:산업통상자원부)>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