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시대]알파고, 직관과 냉철함 겸비해 인간에 승리...신의 영역엔 `아직`

알파고 이세돌 대국 장면 <전자신문DB>
알파고 이세돌 대국 장면 <전자신문DB>

알파고는 인공지능(AI)이 넘보기 힘들어 보이던 바둑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인간 최고수 이세돌 9단과 5번 승부에서 3판을 내리 이겨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기계가 바둑으로 인간을 한 번이라도 이길까`에서 `인간이 기계를 한 번이라도 이길까`로 패러다임을 바꿨다. 딥러닝과 강화학습으로 정밀함을 높여 인간 직관을 흉내 냈다. 여기에 기계 특유의 냉철함과 정확한 계산력이 더해져 무서운 고수로 성장했다. 복잡한 상황에서는 실수를 저지르고 불리해지면 실수가 연속으로 나오는 구조적 한계도 보여 줬다.

알파고 첫 대국에서 패배한 이세돌 9단 기자회견 모습 <전자신문DB>
알파고 첫 대국에서 패배한 이세돌 9단 기자회견 모습 <전자신문DB>

◇인간 직관에 기계 강점 더해

알파고는 국지전에서 무서운 수읽기 실력을 보였다. 1~3국에서 보여 준 공격력은 이세돌 9단을 웃돌았다. 2국 당시 공개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인간 프로 기사라면 30분이 걸릴 묘수를 1분 만에 계산한다”면서 “부분 전투 수읽기가 굉장히 날카롭고, 승부 감각도 놀랍다”고 평가했다.

기계학습으로 날카로운 수읽기가 가능했다. 10의 170승에 이르는 방대한 경우의 수를 모두 검토하기란 힘들다. 인간 고수처럼 다음 착수를 결정할 때 둘 만한 후보 수를 추렸다. 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존의 바둑 프로그램 핵심은 계산 범위를 줄이는 것이었는데 알파고는 효율성을 높여 인간 전문가처럼 후보군을 정확하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강화학습으로 스스로 기보를 생성·검증하는 능력은 알파고의 진화 핵심이다. 기존 기보를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알파고 대 알파고 대국을 통해 검증한다. 1~3국에서 전문가가 알파고 실수로 판단했지만 나중에 좋은 수로 밝혀진 것도 이 과정으로 가능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알파고가 둔 창의적 수는 강화학습으로 끝까지 가 본 수다. 인간은 끝까지 가 본 적이 없다”면서 “데이터 학습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은 바둑뿐만 아니라 기존의 AI 프로그램이 거의 시도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말했다.

알파고는 기계가 지닌 심리·기술상의 장점을 결합해 인간 고수도 이기기 힘든 강력한 바둑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당황하거나 초조해하지 않는다. 상대에게 심리를 읽히지도 않는다. 지난 1국에서 이 9단의 초반 흔들기와 승부수에도 알파고는 당황하지 않고 정수로 응수했다. 1200여개 중앙처리장치(CPU)와 170여개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계산 능력을 극대화했다. 모든 대국에서 이 9단보다 훨씬 적은 제한시간을 소비했다. 2국과 3국에서는 유리한 고지에 오르자 굳건한 끝내기로 추격을 허용치 않았다. 프로6단 김찬우 AI바둑 대표는 “알파고의 끝내기는 이창호 9단의 전성기 때 수준이다. 중반 이후에 유리해지면 역전이 힘들다”면서 “빈틈을 보이면 정확하게 파고들어 온다”고 분석했다.

이세돌 4국 승리 뒤 기자회견 모습 <전자신문DB>
이세돌 4국 승리 뒤 기자회견 모습 <전자신문DB>

◇구조적 한계로 실수 연발하기도

알파고는 구조적 한계도 드러냈다. 제4국에서 이 9단 묘수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이은 실수로 판을 내줬다. 복잡도가 높은 상황에서 예측에 실패했다. 승부가 불리하면 다음 수를 찾는 데 혼란을 겪었다. 몬테카를로 트리서치 방식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모든 수를 검토하지는 않기 때문에 복잡도가 극심하면 실수 가능성이 있다.

추 책임연구원은 “알파고의 실수는 오류가 아니라 오차에 가깝다”면서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보니 수를 선별하는 게 완벽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김찬우 대표는 “알파고는 이길 확률이 높은 수를 찾아서 둔다. 확실하게 승기를 뺏기면 질 것을 각오하고 승부를 거는 게 아니라 계속 이상한 수를 둔다”고 지적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알파고-이세돌 바둑 대국 경기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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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