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는 직업 수명이 짧다`는 것은 옛말이다. 국내 서비스가 시작된 지 5년 밖에 안 된 `리그오브레전드(LoL, 롤)`가 큰 인기를 얻자 제2 전성기를 누리는 프로게이머가 속속 등장했다.
e스포츠가 산업으로 자리 잡으며 10~20대 어린 나이에 프로게이머에 투신한 이들에게 다양한 진로가 열렸다. 프로팀 코치를 비롯해 개인 방송과 해설자로 e스포츠 방송 제작에 참여하거나 대학에 진학해 전문성을 쌓는 등 운신 폭이 넓어졌다.
초창기 LoL 선수 출신 락스 타이거즈 정노철 감독은 선수 은퇴 후 2014년 신생팀 감독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롤드컵 2위를 달성했다. 소속팀은 올해 현재 롤챔스에서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김정균 SK텔레콤 T1 코치는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 출신이다. LoL 종목으로 전향 후, 2012년부터 SK텔레콤 T1 LoL팀 코치로 활동했다. 2013년, 2015년 팀이 롤드컵에서 2회 우승하면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비닐캣` 채우철, `푸만두` 이정현, `카인` 장누리 등 LoL 프로게이머는 은퇴 후 현 롤챔스 프로팀 감독과 코치로 합류하며 경력을 이어갔다.
세계 최고 수준 기량을 보유한 롤챔스 출신 선수·감독을 향한 해외팀 러브콜도 잇따른다. 북미 `TSM` 최윤섭 코치, 중국 `EDG` 정민성 코치 등이 대표 사례다.
해설가나 전문 방송인 등으로 영역을 옮겨 활동하는 이들도 많다. LoL 초창기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이현우 선수는 은퇴 후 롤챔스 해설가로 활동 중이다. 다양한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다.
선호산, 이호진 등 은퇴선수는 현역 시절 인기에 힘입어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2014년 체결된 한국e스포츠협회(KeSPA)와 아주부TV 간 계약으로 현역 LoL 프로게이머도 연습 시간을 활용해 개인 방송이 가능하다. 프로게이머 시절 시청자를 확보한 선수가 은퇴 후에도 개인 방송을 직업으로 삼는 사례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15년 e스포츠 실태조사 및 경제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산업규모는 연간 4573억원에 달한다.
e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한국 e스포츠 산업은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LoL에 이르기까지 20년 가까운 토대를 닦았다”며 “프로게이머 직종 직업적 위상이 높아지고 은퇴 후에도 종목 상관없이 관련 업계에서 계속 활동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일자리 창출이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선수들은 프로게이머 이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e스포츠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서 학업을 이어간다. 관련 분야를 전공해 전문성을 쌓고 산업에 복귀하기 위함이다.
중앙대는 2014년부터 e스포츠 특기자 전형을 도입했는데 박상면, 강찬용, 강형우 등 LoL 선수들과 정세현(피파온라인3 프로게이머) 선수가 해당 전형으로 학교에 입학했다.
로버트 모리스, 파이크빌 등 미국 일부 대학에서는 e스포츠부에 가입하는 선수에게 기존 운동부에 속한 선수 학생과 동등한 수준(학비 최대 50%) 장학금을 제공한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