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가 1분기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는데도 웃지 못하고 있다. 마케팅비 지출이 줄면서 당장 장부상으로는 큰 이익을 보는 것 같지만, 20% 요금할인 가입자가 늘면서 미래 매출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셈인 이통사는 뒷맛이 개운치 않게 됐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는 1분기 1조원 안팎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해 약 14% 증가한 수치다. 작년 전체로 봐도 영업이익 1조가 넘은 것은 3분기(1조60억원) 한 번뿐이다. 장사를 꽤 잘했다.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마케팅 비용 지출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1월 번호 이동은 59만건으로, 작년 1월보다 15만건 이상 감소했다. 증권가는 1분기 마케팅 지출이 2조원을 밑돌며 작년 1분기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통사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수혜를 봤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단순 계산에는 결정적 함정이 있다. `20% 요금할인(선택약정)`을 빼먹었기 때문이다. 12개월, 또는 24개월 간 이통사는 매달 요금을 20% 할인해줘야 한다. 그만큼 매출 자체가 줄어든다. 이 내용은 이통사 회계장부 어디에도 기록하는 칸이 없다. 그저 소리 없이 매출을 갉아먹을 뿐이다.
이와 달리 공시지원금은 즉시 매출에서 제외된다. 단말기값에서 공시지원금을 제외한 금액만 `단말 매출`로 잡는 것이다. 단통법 도입 시 회계기준이 그렇게 바뀌었다. 공시지원금과 선택약정 둘 다 매출을 줄인다는 점은 같다. 다만 공시지원금은 즉시, 선택약정은 장기간 그렇게 한다는 점이 차이다. 더욱이 선택약정 금액이 더 크다. 게다가 공시지원금은 제조사와 분담하지만, 선택약정은 온전히 혼자 떠안아야 한다.
가령 단말기값이 100만원이고 공시지원금이 10만원이라면 단말 매출은 90만원이다. 선택약정이 20만원이라면 단말 매출은 그대로 100만원이다. 당장 매출이 10만원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당연히 선택약정에서 장부상 영업이익이 좋아진다. 하지만 좋아할 일이 아니다. 장부에는 기록되지 않는 돈 20만원이 2년(약정) 동안 매출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통사로서는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월급을 저당 잡힌 샐러리맨 꼴이다.
이통사가 더욱 웃을 수 없는 이유는 선택 약정 가입추세 때문이다. 벌써 6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월 신규 단말 구매자 25% 내외가 선택약정에 가입한다. 프리미엄폰이 나올 때마다 이 비율은 높아진다. 공시지원금이 짜 선택약정이 유리할 때다 많아서다. 삼성전자 갤럭시S7은 모든 요금구간에서 선택약정이 유리하다. 누적 가입자가 많아질수록 이통사 부담은 커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통사는 요금할인율을 낮추려고 시도한다. 선택약정 정식명칭이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인 만큼, 이통사가 실제 지급하는 공시지원금에 맞게 요금할인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산을 해보니 20%가 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외 제조사만 이득을 보는 구조에 불만이 많다. 하지만 정부는 정부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통사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선택약정 할인율을 12%에서 20%로 상향한 지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아 할인율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시장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통3사 영업이익 및 마케팅비 지출 추이(자료:이통3사 IR자료 및 증권가 추정치)>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