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진 프리미엄폰 전략을 고수하던 애플이 40만원대 아이폰을 꺼내들었다. 중저가폰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포화 상태에 이른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존의 전략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애플은 2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4인치 `아이폰SE`를 포함한 신제품을 공개했다. 매년 하반기에 신제품을 발표하는 애플이 상반기에 아이폰 신제품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아이폰SE는 다시 4인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주목을 받았다. 애플은 2014년 4.7인치 아이폰6와 5.5인치 아이폰6 플러스 모델을 선보이면서 대화면 트렌드를 따랐다. 4인치 제품은 2013년 아이폰5S 이후 2년 반 만에 나오는 제품이다.
아이폰SE는 아이폰5S 외형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A9 칩과 M9 모션코프로세서 탑재 등 성능은 아이폰6S와 비등하다. 아이폰5S 대비 2배 빠르고 그래픽 성능은 3배 상향됐다. 후면 카메라 성능은 1200만화소다.
수면 방해를 주지 않는 `나이트 시프트` 기능도 탑재했다. 4K 동영상을 촬영하다가 원하는 화면을 그대로 저장하는 4K 비디오 캡처 기능도 담았다. 다운로드 기준 최대 속도는 150Mbps로, 음성 LTE(VoLTE)를 지원한다.
아이폰SE 가격은 16GB가 399달러(약 46만원), 64GB가 499달러(약 58만원)이다. 예약 주문은 24일 시작한다. 1차 출시국은 미국, 호주, 캐나다, 중국, 프랑스, 영국, 홍콩, 일본, 뉴질랜드, 푸에르토리코, 싱가포르다. 우리나라는 제외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4월 1일이면 애플은 창립 40주년을 맞는다”면서 “애플은 아이폰과 맥 등으로 많은 이정표를 세웠고, 이 여정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이폰SE는 최강의 4인치 스마트폰”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췄다.
애플이 상반기에 4인치 보급형 아이폰을 내놓은 것은 4인치폰 수요와 안드로이드 진영 중저가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상반기에는 중저가폰, 하반기에는 프리미엄폰으로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포석이다.
애플은 이날 아이폰SE 외에도 9.7인치 아이패드 프로, 시간과 장소에 따라 화면이 최적화하는 최신 모바일 운용체계(OS) iOS 9.3도 공개했다. 나일론과 가죽 등으로 구성된 새로운 애플워치 밴드도 선보였다. 애플워치 최저 가격은 299달러(약 35만원)로 낮췄지만 신형 애플워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