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오너의 관심사가 기업 새 사업으로 자리 잡는 일이 늘고 있다. 그룹 본업과 융합하며 새 먹거리로 영역을 확고히 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정보기술(IT), 금융 등 주력 사업 외에 `동물`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1976년 용인 자연농원 동물원(현 에버랜드)으로 동물 테마파크 사업에 뛰어든 이래 동물 의료기기(삼성전자), 시각장애인 안내견 양성·보급(삼성화재), 멸종위기 동물 번식 연구(삼성물산) 등으로 영역을 늘리고 있다. 단순 사회공헌 차원을 넘어 미래 신성장사업으로서 가능성을 엿본다.
삼성의 동물 사업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개`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했다. 이 회장은 재계에서 소문난 애견가로 중학생 때부터 개를 키우기 시작, 한때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200마리 이상을 돌봤다. 1993년 세계 최대 명견쇼 영국 `크러프츠` 삼성전자 후원 시작, 2005년 진돗개 영국견종협회 등록도 이 회장이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크러프츠를 단순 후원에 그치지 않고 동물 산업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 올해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워치, 스마트TV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연계한 반려견 대상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IT를 접목한 개집 `드림 도그하우스`를 공개, 화제를 모았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는 지난해 하반기 동물 체외진단기를 출시, 수의학 시장에 뛰어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부가 시장 규모는 1조8000억원에 달해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는 게 삼성 판단이다.
코오롱그룹 `오디오`에 관심이 많다. 덴마크 영상·음향(AV)가전 `뱅앤올룹슨(B&O)`을 18년째 국내 독점 수입·판매하고 있다.
B&O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1998년 미국 출장길에 부인 서창희 꽃과 어린왕자 이사장에게 줄 선물을 고르다 발굴, 코오롱이 유통하는 수입차 `롤스로이스` 연계 `명품 마케팅`으로 소비자 반향을 모았다.
이 회장 지원에 힘입어 B&O 한국 사업은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까지 서울 압구정동 매장을 세계 700여개 B&O 매장 중 3년 연속 매출 상위 5위권에, 상위 50위내 한국 매장을 4개 올렸다. 최근 10년간 연 평균 매출 성장률은 8%에 이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반려견 `몰리`에 대한 사랑을 사업으로 승화했다. 2010년 신세계 자체 브랜드(PL)로 반려동물 사료 및 용품 `엠엠도그`를 전국 이마트에 선보인데 이어 몰리 이름을 딴 반려동물 전문매장 `몰리스 펫샵`도 마련했다. 몰리스 펫샵은 현재 27개 이마트에 입점했으며 정 부회장 주도로 지난해 6월 문을 연 고양 이마트타운에도 자리를 잡았다.
신세계 유통 노하우와 반려동물 시장 급성장이 맞물리며 사업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012년 9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8000억원으로 증가, 2020년 5조81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신세계에 이어 2012년 롯데마트, 2013년 홈플러스 등 경쟁사도 관련 시장에 진출, `판`을 키우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오너경영인 의사결정과 실행은 전문경영인보다 빠르고 신속하다”며 “단순히 개인적 흥미 차원을 넘어 기업 새 먹거리로 자리 잡고 있어 주목된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