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CJ헬로비전 기업결합 심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내용`보다는 `시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조건부 승인 가능성이 예측되는 가운데 심사보고서 발송 시기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의 SKT-CJ헬로비전 기업결합 심사보고서 발송 시기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KT와 LG유플러스는 해외 사례를 근거로 “공정위가 충분한 기간을 두고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SKT는 “국내 심사 절차는 이미 글로벌 표준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심사 내용보다 시기에 민감한 이유는 4월 13일 총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이라 심사보고서 발송일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 최종 인가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불허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내려진 판단이다.
공정위 최종 판단은 전원회의에서 내려지지만 이번 건은 전원회의에 앞서 실무선이 작성하는 심사보고서가 더 중요하다. 업계 예측대로 공정위가 심사보고서에서 조건부 승인을 결정해 전원회의가 열리면 경쟁사가 반대 의견을 제시할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 전원회의에서 승인 여부 자체를 뒤집기보다 심사보고서 조건 조정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는 기업결합 심사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정위 결정에 법적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며 “헌법 소원이 가능할 수 있지만 현실성은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이달 중 심사보고서를 발송하면 조건부 승인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총선 이후 결정이 내려지면 변수가 많아진다. 20대 국회의원이 공정위 결정과 별개로 미래부 최종 인가 결정에 다양한 의견을 제기할 수 있다. 19대 국회 임기는 5월 29일이지만 새로 선출된 국회의원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공정위 결정이 총선 후로 미뤄지면 국회 계류된 통합방송법 통과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심사보고서 발송 시기가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며 공정위 입장이 난처해졌다.
공정위는 여론과 관계 없이 그동안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해 결론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결론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오직 자료 검토 때문”이라며 “다른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