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를 빼고 창조경제 실체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건지 답답합니다.”(1세대 벤처기업 CEO)
“역대 총선마다 추천됐던 자리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우리 기업인에 대한 현 정치권의 대우인듯 합니다.”(여성기업인 단체 간부)
4·13 총선을 앞둔 중소·벤처·창업 기업인의 맥이 풀렸다.
여야 모두가 한통속으로 보여준 무성의·무관심·무배려에 모멸감에 가까운 실망감을 드러냈다. 기업인으로서 정치권·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23일 여야가 비례대표 명단을 내놓으면서 공히 안정권에 단 관련 후보자 한명도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노골적인 반발감을 드러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공식 반박 논평까지 준비했다가 급거 취소했다. 겉은 무표정이었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었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창조경제와 경제활성화 주역으로서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비례 대표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중소기업계를 고려하지 않았고 홀대받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한국노총이나 노동계를 비롯해 직군별 다른 대표성 있는 인사들은 모두 반영됐지만 중소기업만 배제된데 더 실망감이 컸다. 중앙회 다른 관계자는 “2011년부터 저성장 기조가 이어져 더이상 대기업 중심 경제로는 지속성장을 할 수 없음이 확인됐다”며 “혁신 중소기업 육성 발굴과 중소기업 해외진출 지원 등 국회에 들어가 입법 활동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를 현실적으로 대변해 줄 중소기업 인사를 배려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벤처기업협회도 협회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불만이 가득했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조차 당선권인 20번 안에 한사람도 배치하지 않고, 당선권 밖 후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구색 맞추기에 급급했다”고 꼬집었다.
다른 벤처기업 관계자는 “(화만 낼 문제가 아니라) 벤처업계 특성상 기업인이 현장에서 활발하게 일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인 스스로가 정치권으로부터 제안이 와도 사양하거나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 점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창업 관계자들도 허탈해하긴 마찬가지였다. 바로 전날 대통령이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 참석해 청년창업과 스타트업 활성화를 강조한 것과 전혀 다른 정치권 흐름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치권이 정치적 효과 극대화에만 신경 쓸 뿐, 내실 있게 창업가·기업가 의욕을 북돋워주려는 노력은 안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
김명희 기자기사 더보기
-
성현희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