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자동차, 석유화학 등 세계 교역 비중에 떨어지는 품목에 우리나라 산업이 `올인`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업률 사상 최고, 수출 장기 부진, 저성장 위기가 경제 전반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1분기 마무리를 앞두고 기업들은 새 경제동력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이 24일 우리나라 10대 수출품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품목이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시장에서 `안 팔리는 품목`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미국, 일본, 중국 등에 비해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 10대 수출품목은 전기기계장치와 기기, 자동차, 석유 및 석유제품, 기타 수송장비, 통신 및 녹음기기, 전문·과학·통제기구, 철강, 플라스틱제품, 유기화학물, 산업용 일반기계, 장비다.
10대 수출품이 2014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7%로 미국 55.4%, 중국 67.8%, 일본 69.8%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우리나라가 경쟁국가에 비해 수출 품목 다변화에 느리게 대응했다는 의미다. 특정 품목 쏠림이 심할수록 유가 등 단기 요인에 의한 변동 위험성도 커진다.
우리나라 10대 수출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이후 정체했다. 과거 산업으로 혁신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지난해 수출 13대 품목 수출 현황을 살펴보면 무선통신기기(10.2%), 선박류(0.6%), 반도체(0.4%), 컴퓨터(0.4%)를 제외한 9개 품목 수출이 줄었다.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이나 융합산업 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수출 품목 개발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산업계는 현재 정부 제조업 기반 규제 정책과 연구개발(R&D) 지원 정책으로 서비스산업이나 융합산업이 발전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외는 금융IT부터 시작해 의료, 교육, 관광, 물류 등에 벤처기업과 서비스업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아마존과 우버가 물류, 운송업 혁신에 앞장서고 에어비앤비도 숙박업과 관광산업을 바꿔나가며 해외로 서비스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은산분리 규제에서 벗어나 시동을 걸었지만 활성화에 필요한 빅데이터 활용 등이 개인정보법 등에 발목이 잡혀 있다.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도 `K뷰티` 열풍에도 불구하고 규제로 인해 관련 사업 확장이 어렵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연구실장은 “신규 수출품목을 발굴하기 이전에는 현재 10대 수출품목으로는 수출 증가세를 견인하는 데 한계가 올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개혁 등을 통해 신성장동력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