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8나노 D램 양산을 시작했다는 것은 원가를 기존의 20나노 대비 20~30% 낮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반도체는 실리콘 웨이퍼 한 장에서 몇 개의 칩(Die)을 뽑아낼 수 있느냐로 원가를 결정한다. 회로 선폭을 좁히면 칩 면적이 줄어든다. 웨이퍼 장당 칩 생산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생산 원가는 내려간다. 미국 마이크론이 웨이퍼 한 장에서 100개의 메모리칩을 뽑아낼 수 있다고 가정하면 삼성전자는 150개를 뽑아낸다는 의미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시간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떨어진다. 추락하는 시장 가격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원가를 낮춰야 이익이 남는다. 속도가 뒤처지면 적자를 내게 된다. 당장 마이크론은 올해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미세공정 전환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원가 경쟁력 덕분이다.
D램 가격은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주력 D램(DDR3 4Gb 1333/1666MHz) 가격은 2014년 11월을 기점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PC 출하량이 줄고 스마트폰 출하 성장세도 크게 둔화되면서 가격 하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주력으로 팔리는 D램 가격이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삼성전자를 제외한 모든 업체가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18나노 D램 양산으로 삼성전자의 원가 경쟁력은 다른 회사보다 몇 걸음 앞서나가게 됐다”면서 “가격 하락세가 지속돼 최악의 상황까지 가더라도 삼성전자는 이익을 남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18나노 D램을 개발하고 있다. 개발이 성공한다면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지금은 20나노 초반대 D램 생산 비중을 늘리는 데 주력한다. 마이크론은 아직 20나노 중반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마이크론은 20나노 초반대 D램을 양산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칩 사이즈로 보면 25나노 수준에 머무른다. 적자를 걱정하는 이유다.
D램 공정을 얼마나 더 미세하게 할 수 있는가도 관심거리다. 업계에선 15나노 수준이 한계일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민영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본부장은 “한계 상황이 오면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을 따돌릴 무기가 없어지는 것”이라면서 “공정 미세화를 이어가기 위해 미래 소자의 핵심 원천기술을 지속해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반도체 기술의 한계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해결책을 찾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밝혔다.
<2z, 1x나노 D램 양산 스타트 시기(자료 업계)>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