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단말기에 쓰일 칩을 자체 개발한다.
기지국과 단말에 이에 칩까지 국산 기술로 개발하면서 외산대체 효과는 물론 활발한 해외 수출도 기대된다.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재난망용 엑시노스 칩을 개발한다. 연내 해당 칩을 탑재한 재난망 푸시투토크(PTT) 단말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국제표준화단체 3GPP가 표준화한 공공안전 LTE(PS-LTE)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재난망은 37개 기능을 요구한다. 그 중에서도 단말 간 직접통화(D2D), 단말기 중계기능, 단독기지국 등의 표준화가 최근 완료됐다. 직접통화는 기지국 없이 단말 간 롱텀 에벌루션(LTE)으로 통화를 할 수 있는 기능, 단말기 중계는 기지국이 파괴됐을 때 단말기가 중계기 역할을 하는 기능이다. 삼성전자 칩이 이런 기능을 충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단말 칩을 개발하면 일부 상용소프트웨어(SW)를 제외한 재난망 기술 대부분을 국산화할 수 있게 된다. 단말 칩은 성공적 재난망 구축을 위한 선결과제 중 하나다. 국제 표준화가 완료되더라도 20만대에 불과한 국내 재난망 단말을 위해 해외 칩 제조사가 나서줄 지에 대해서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칩 국산화로 이런 우려를 해소하게 됐다.
기지국을 공급하는 삼성전자는 단말에 이어 칩까지 제작하면서 재난망 토털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하반기부터 시작될 예정인 재난망 본사업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재난망 PTT 기술과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토털 솔루션을 앞세워 해외 재난망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당장 미국 재난망 구축 추진 기관 퍼스트넷이 8조원 규모 재난망 사업을 앞두고 있다. 퍼스트넷은 지난 1월 제안요청서(RFP)를 공지하고 내달 말까지 제안서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사업자는 올해 4분기에 선정한다. 미국이 재난망에 사용할 단말은 우리나라의 20배인 400만대다. 영국도 2020년까지 재난망(ESN) 사업을 추진한다. 전체 사업 비용은 약 1조5000억원이다.
재난망 뿐 아니다. 국내외 철도통합망(LTE-R)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테트라를 앞세워 PTT 시장을 주름잡았던 모토로라와 같은 입지에 올라설 수 있다. D2D 등 특화 기능을 일반 스마트폰에 접목해 아웃도어를 비롯한 특수 용도 스마트폰으로 판매할 수도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재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재난망 단말이 많지 않다며 단말 제작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며 “하지만 단말 제작에 이어 칩까지 제작한다는 것은 국내 재난망 사업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까지 넓게 내다보겠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안전처는 오는 6월까지 재난망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기지국 구축이 한창이며 곧 망 연동 테스트가 시작된다. 사업 결과를 토대로 본사업 계획을 확정하고 사업 규모도 확정한다. 본사업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해 내년 말까지 추진된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